상호지보 축소 강한 불만/전경련회장단 회의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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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부의 기업 규제완화 희망/금융실명제 언급조차 안해/선경 최 회장·대우 김회장 불참
10일 오후 열린 전경련 회장단회의는 정권교체기에 나타나는 재계의 두가지 모습을 분명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힘의 공백기를 틈타 최대한의 자기주장을 내세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각종 정부 프로젝트에 그룹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하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정부의 상호지급 보증의 축소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경제는 민간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원칙도 확인했으며 민간기업에 간섭하는 정부의 여러가지 규제를 완화시켜야 한다는데도 입장을 같이했다. 또 현대그룹 정세영회장은 정치의 계절에 정치자금의 부담이 모두 재계로 떠넘겨진다는 점을 의식해 『돈 안드는 선거를 포함한 깨끗한 정치를 정치권에 요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참석자들은 『앞으로 백화점식의 대정부 건의는 줄이고 대신 학계·노동계·언론계 등 여러계층의 의견을 사전에 듣고 무게실린 대정부 건의를 하자』고 의견을 모아 이번달의 대정부 건의는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정부에서 또다른 재벌 규제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아래 서로 수집한 대정부 정보도 은밀히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일부 알려진 것과는 달리 금융실명제 등 재계의 이해관계와 어긋나는 발언은 일절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동안 회장단회의에 줄곧 참가해온 선경그룹의 최종현회장이 이날은 불참해 눈길을 끌었다. 전경련 관계자는 『차기 전경련회장으로 굳어져 간다는 등 뒷말이 따르는데다 제2이동통신에 따른 구설수를 피하기 위해 불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신당설로 떠들썩했던 대우 김우중회장도 김준성 (주)대우회장을 대신 내보냈고 LNG·제2이동통신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에 관련된 모든 그룹의 회장들도 불참했다. 정작 대정부 건의에는 목청을 높인 재계가 사회에 여러가지 파문을 일으킨 재계내부의 균열에 대해서는 참석자중 누구도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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