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때 「여권악재」될까 우려/YS,왜 이동통신 선정 제동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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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안심각 당중진과 상의 거듭/청와대 의식하며 차별화 부심/대교 붕괴·주가폭락 등 민감하게 반응
김영삼민자당대표가 최근 꼬리를 물고 있는 「여권악재」의 수습에 점차 적극적인 자세로 나타나고 있다. 청와대측에 이동통신사업자 결정연기를 건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김 대표진영은 지금 나라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가지 사건사고와 정치적 결정들을 대선의 위험신호로 받아들이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권정달씨의 산은이사장 임명에 대한 여론의 빈축과 신행주대교 붕괴에 따른 국민들의 실망과 경악은 당장은 노태우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돌아가지만 궁극적으로는 대통령선거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주가가 5백선밑으로 곤두박질하고 중소기업이 도산하는 것은 청와대보다 오히려 김영삼후보측에 더 쇼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여러가지 악재중 김 대표를 무엇보다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은 이동통신업자 선정을 둘러싼 시비다. 김 대표측은 그동안 이동통신이 노태우대통령의 사돈인 선경에 갔을때 부닥칠 정치적 부담을 걱정하며 청와대에 직·간접의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그럼에도 1차선정에서 선경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최종선정을 청와대가 서두르는 기미를 보이자 김 대표는 잠자코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대선에서 표를 얻어야 하는 김 대표로서는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여권이 안먹어야 할 욕을 굳이 먹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김 대표 주변에서는 『이제부터 노 대통령과 거리를 두면서 뚜렷한 개혁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절박감」마저 표시되고 있어 노·YS단합을 깨지않는 선에서 할 말은 해야 하는 쪽으로 김 대표가 몰리고 있다.
그래서 「이동통신 결정연기」촉구를 차별화의 한 단계로 제기하기로 결심했다는 얘기다.
○…김 대표의 참모회의는 최근 이동통신문제를 수차례 검토끝에 『청와대측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를 김 대표가 고민끝에 수용했다.
민주계의원들과 김 대표의 정치·경제·안보분야 특보·보좌역들은 만약 오는 14일 선경이 제2이동통신을 차지하게 되면 합리성 여부와 상관없이 「대통령사돈 특혜시비」가 좀체 사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데 의견일치를 보고 이 문제가 대선의 악재가 되지 않게끔 사전예방토록 김 대표에게 건의한 것이다.
김 대표는 참모들뿐 아니라 여러 경로를 통해 여론을 수렴했으며 김종필·박태준최고위원,김윤환 전 사무총장 등도 김 대표에게 결정연기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김 대표의 대 청와대 건의는 민자당의 건의형식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지금까지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로 정하는데 단지 대통령사돈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상에서 제외돼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고수해왔으나 김 대표의 건의를 받고 연기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진영은 이동통신뿐만 아니라 권정달씨 인사,신행주대교 붕괴,주가폭락 등 일련의 상황에 대해서도 예민해 있다. 지난달 31일 다리가 무너지자 특보·보좌역팀은 긴급협의를 갖고 강력한 대 정부책임 성토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다음날 오전 김 대표는 서둘러 붕괴현장에 달려가 『사회전체의 기강해이』라며 책임소재 규명에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후보로서 여권을 향해 「자아비판」을 촉구했던 것이다. 한 측근참모는 『다리가 무너질때 대선에서 표가 무더기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대표 브레인들은 작은 문제처럼 보이나 권정달 구민정당 사무총장을 산업은행 이사장에 임명한 것이 대통령의 인사정책,나아가 여권의 국가경영능력에 끼친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처음 얘기가 나왔을때 김 대표 진영에서는 청와대에 불만과 문제점을 지적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무리 인사권을 갖고 있지만 너무한 것 아니냐』는 뜻이었다. 청와대 참모들도 매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여론분석에 관여하고 있는 한 참모는 『다리 무너진거야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권씨문제는 지금이라도 청와대가 손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8월말 총재직 인수와 9월초 대선체제 출범을 기점으로 노태우정부와의 차별화 노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 참모들은 『노 대통령 개인보다 6공의 국정운영상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모진은 6공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대선공약에 담으려하고 있으며 이 작업은 은밀히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차별화정책은 노태우­김영삼 연대가 흐트러지지 않는 범위내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도 김 대표쪽은 신경쓰고 있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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