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등 187만마리 '위험'… 주변 농가들 노심초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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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조류독감 의심증세를 보인다는 신고가 최초 발생 농가로부터 3.5~4km 떨어진 곳에서도 19일 접수됨에 따라 농민들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이번에 새로 증세가 나타난 충북 음성군 대소면 농민들은 "그래도 설마 했는데, 올 것이 왔다"며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곳 오리사육 농민들은 농장 입구마다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10m 폭으로 생석회를 뿌리고 소독을 하는 등 방역활동을 강화했다. 인근의 농장주들도 어디서 또 발생할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다.

경계지역에서 사육 중인 오리와 닭은 47농가에 모두 1백87만여마리에 달해 감염 사실이 확인될 경우 농민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자신의 농장에서 키우던 오리들의 산란율이 급감하는 등 의심증세를 보인 金모(51)씨는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지난해 직장을 그만둔 그는 퇴직금과 빚 1억원을 합쳐 지난 2월 오리농장을 차렸다. 고생 끝에 지난 9월부터 소득을 내기 시작했으나 석달여 만에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金씨는 "그동안 사료값까지 합쳐 빚이 1억7천여만원으로 늘었는데 앞으로 살 길이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같은 사정은 이 일대 농장 대부분이 비슷해 농민들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농민들은 감염 사실이 처음 알려진 지난 12일 현장 취재에 나섰던 일부 방송사 기자들에게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아무런 방역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삼성면 청룡리 농장을 현장 취재했기 때문이다. 일부 농민들은 조류독감이 확산되는 이유가 이들 방송기자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날 경계지역 내 진천군 3곳, 안성시 1곳 등 4곳에 추가로 방역초소를 설치했다. 또 충주시도 방역차량을 동원, 농장과 부화장을 중심으로 방역을 강화했다.

한편 음성군은 인력난 때문에 매몰작업 등 방역활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인근 군부대의 인력지원 약속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는 데다 공무원들도 감염을 우려해 작업에 나서길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음성군은 18일 78명을 동원해 4만8천여마리를 살처분한 데 이어 이날도 80명을 동원했으나 손이 달려 소방대원과 가공공장에서 인력을 지원받아 7만8천마리를 매몰했다. 오리 사육농가뿐 아니라 일반 주민들에게도 인체 감염 가능성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면서 인근 대소.금왕 산업단지 인근 식당가에도 찬바람이 불어닥쳐 주민들은 최악의 한파를 맞고 있다.

음성=안남영 기자

<사진 설명 전문>
조류독감 방지를 위해 관계당국의 방역조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19일 위험지역 밖인 대소면 오리농장 두곳에서 추가로 조류독감 의심 신고가 접수돼 방역요원들이 긴급히 농장 입구를 봉쇄하고 생석회 등을 살포하고 있다.[음성=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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