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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손가락으로 돌려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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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주차할 때 핸들을 가볍게 돌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파워 스티어링'이 진화하고 있다. 기존 엔진 동력을 이용해 유압으로 핸들을 부드럽게 해주는 유압식에서 모터구동 방식 파워 스티어링(MDPS)으로 바뀌는 것이다. 파워 스티어링이 연비 향상과 미래형 자동운전 장치 개발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면서부터다.

지난해 4월 현대자동차가 출시한 뉴아반떼를 타 본 사람은 기존 차량과 달리 확연하게 부드러워진 핸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U턴이나 주차를 할 때 손가락으로 돌려도 될 정도로 가볍다. 오히려 핸들이 완전히 감긴 뒤 제자리로 돌아오는 복원력이 떨어져 당황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모터구동방식을 단 차는 주차 때 핸들을 돌리면 모터가 작동해 핸들을 가볍게 해 준다.

국산차 가운데 모터구동 방식은 2005년 9월 나온 현대차 베르나에 처음 적용됐다. 기아차의 유럽 전략차인 씨드에도 이 방식을 썼다. 날렵한 핸들링을 좋아하는 유럽 소비자에게 맞춰 뉴아반떼 것보다 한결 향상된 핸들링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했다. 국내에선 현대모비스가 처음 개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모터구동 방식은 중량이 많이 나가는 중.대형차에 적용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며 "유압식 대비 5% 정도 연비 절감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소형차에만 적용되는 MDPS는 기술적으로 진화 단계다. 운전 상황에 맞도록 전자회로가 이를 판단해 저속에서는 핸들을 가볍게 하고 고속에서는 무거운 느낌을 줘야 한다.

수입차에는 이미 여러 차종이 MDPS를 사용한다. 2005년 나온 폴크스바겐 골프에 모터구동 방식이 장착됐다. 이후 파사트.제타.이오스 컨버터블로 이어졌다. 폴크스바겐코리아의 나윤석 기술 담당 부장은 "MDPS는 유압식보다 장점이 많아 모든 차량의 기본 사양이 될 것"이라며 "모터가 작동하는 것을 운전자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게 핵심 기술"이라고 말했다.

BMW는 모터구동 방식을 한 단계 진화시킨 '액티브 스티어링'을 달아 운전의 재미를 더해 준다. 330.530 등 고성능 차량에 달린 이 기능은 속도에 상관 없이 상황에 적합한 조향각이 유지되도록 한다. 시속 90km 이하에서는 스티어링 기어 변속비를 줄여 마치 포뮬러1(F1) 경주차를 타는 것처럼 자로 잰 듯한 핸들링이 가능하다. 또 저속에서는 핸들을 조금만 돌려도 조향각이 크게 꺾여 손쉽게 주차 할 수 있다. 보통 핸들 두 바퀴 반을 돌려야 앞바퀴가 완전히 꺾이는 데 비해 액티브 스티어링은 한 바퀴 반만 돌려도 가능하게 해준다. 거꾸로 이 기능이 달리지 않은 BMW 328은 핸들이 너무 무거워 여성 운전자는 팔이 아플 정도다. 타이어가 커진 데 비해 기존 유압방식으로는 핸들을 가볍게 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모터구동 방식은 미래형 차량 개발을 위해서도 필수다. 레이더를 이용해 앞차를 쫓아가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이나 졸음 운전으로 인한 차선 이탈을 방지할 때도 요긴하다. 만도의 윤팔주 수석연구원은 "모터구동 방식이라야 컴퓨터에 연결된 전자 장치로 핸들을 원하는 대로 돌려 차선 이탈 등 위험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형 자동차 개발의 핵심 기술이다. 만도는 2009년 이런 시스템의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차의 차세대 대형차인 BH에는 레이저를 통해 앞차와 일정 거리를 두고 따라가게 하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장착된다. 독일 회사 콘티넨탈이 개발한 것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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