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II’ 한국서 첫 공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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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02면

19일 공개된 스타크래프트II의 화면. 인간 종족 ‘테란’의 ‘배틀크루저’(왼쪽)가 우주인 종족 ‘프로토스’의 ‘피닉스’에게 포를 쏘고 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제공]

19일 오후 3시 서울 잠실 체조경기장. 대형 스크린 가득 새로운 전황(戰況)이 펼쳐질 때마다 경기장을 메운 1만2000여 명의 함성이 메아리쳤다.

잠실 체조경기장에 신작 보러 1만2000명 모여

“프로토스는 들으라….” 인간을 대표하는 ‘테란’군(軍) 제독의 음성이 또렷한 한국어로 경기장을 울렸다. 우주인 군대 ‘프로토스’는 1998년 스타크래프트Ⅰ에는 없었던 ‘거상’을 내보냈다. 영화 ‘우주전쟁’의 외계 생명체처럼 길쭉한 다리와 둥근 몸체로 살인광선을 뿜어내는 거상의 공격에 테란군 병사 ‘마린’들의 피가 우주정거장을 붉게 물들였다.

미국 게임사 블리자드는 이날 스타크래프트II 시험판을 처음으로 공개했고, 그 장소로 한국을 선택했다.

인간형의 테란, 우주인 프로토스, 괴물 ‘저그’ 세 종족이 우주전쟁을 벌인다는 내용의 ‘스타크래프트’는 나온 지 10년이 됐지만 아직도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이다. 전 세계에서 950만 장, 한국에서 450만 장이 팔렸다. 스타크래프트를 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1998년 100여 개에 불과하던 PC방이 2만여 개로 늘었고, 이는 온라인 게임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프로게이머ㆍe-스포츠(게임을 스포츠 경기처럼 운영하는 것)의 탄생도 이끌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10년까지 e-스포츠 시장이 연간 1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스타노믹스’(스타크래프트 경제학)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공동설립자 겸 사장은 “신작을 어디서 발표할지 결정하는데 결코 주저하지 않았다. 블리자드를 세계적 기업으로 크도록 도와준 한국 팬들에 대한 감사의 뜻”이라고 말했다.

스타크래프트II에 제4의 종족이 추가될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기존의 세 종족이 그대로 유지됐다. 프로토스의 불사신, 테란의 강습병, 저그의 베일링 등 종족별로 새로운 유닛(전투 개체)이 추가됐고, 공중 유닛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 등 새 기술도 눈길을 끌었다. 화려한 입체 영상도 돋보였다. 개발자인 더스틴 브라우더 수석디자이너는 “오늘 보여준 것은 시험판이고 앞으로 많은 것이 추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데모판 영상을 본 프로게이머 마재윤(CJ엔투스ㆍ랭킹 1위) 선수는 “블랙홀처럼 마법같은 기술이 가능할지 상상도 못했다. 만약 프로 리그에 도입된다면 엄청난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e-스포츠 최고 스타인 ‘테란의 황제’ 임요환(공군ACE) 선수는 “스타크래프트II가 나왔다고 해서 10년 동안 쌓아온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쉽게 무너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하임 사장은 “국내 유통회사를 거치지 않고 앞으로 직접 판매할지, 언제 판매를 시작할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배틀넷(스타크래프트의 온라인 게임 공간) 유료화 문제에 대해서도 확답을 피했다.

◇스타크래프트II=2차원 영상에서 3차원 입체 영상으로 바뀐 것이 가장 큰 차이다. 덕분에 그래픽이 화려해지면서 가상공간이 훨씬 실감나게 바뀌었다. 점프해서 맵(지형)을 이동하거나 블랙홀로 상대를 빨아들이는 등의 새로운 기술도 가능해졌다.

기존 유닛들도 업그레이드됐다. 예를 들어 프로토스의 ‘질럿’은 보호막이 더 강해지고 돌진 능력이 향상돼 테란의 ‘마린’을 상대하기가 유리해졌다. 우주정거장 등 새로운 맵이 추가돼 게임의 재미를 돋운다. 게임 속 안내 음성과 자막이 한글로 나오는 것도 큰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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