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인’의 ‘기타잡은 국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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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20면

자그마한 몸피에 어울리는 희고 동그란 얼굴을 보면 이 남자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내가 있잖우…”라고 말을 시작할 때 벌어지는 큼직한 입, 그 위에서 벌렁거리는 큰 코가 작은 키와 엇박자를 이루며 묘하게 어울린다. ‘작은 거인’ 김수철(50)씨는 사람을 이해하는 데 크고 작음이 무슨 상관있겠냐며 “대변과 소변 차이 아닐까?” 했다.

김수철 데뷔 30주년 기념 특별공연

가수 김수철씨가 데뷔 후 첫 단독 공연을 한다. 더스틴 호프만이 인디언으로 출연했던 영화 ‘리틀 빅 맨’에서 따온 밴드 ‘작은 거인’으로 활동을 시작한 지 30년 만이다. 기타를 치면서 두 무릎을 붙이고 깡총 뛰는 파격을 선보였던 패기만만한 시절, 하드록으로 무장한 그는 그가 차고 오르는 공간 이상으로 커보였다. ‘젊은 그대’ ‘나도야 간다’ ‘못다핀 꽃 한송이’ ‘왜 모르시나’같은 대중 음악 옆에 국악가요 ‘별리’와 ‘비애’ ‘인생’ ‘삶과 죽음’으로 이어지는 크로스오버 국악작업이 같이 간다. 이 또한 김수철식 파격이다.

그가 한(恨)처럼 붙들고 있는 ‘기타잡은 국악’은 얼마나 무르익었을까. “국악 대중화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동안 고생을 무진장 했지만 너무 오랜 세월이 흐른 소리라서 그 뿌리가 여기 있소 하고 내놓기가 힘들다”고 그는 한숨쉬었다. 너무 우리 것만 주장하면 안 되니 보편타당한 소리를 만들어내야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다는 것이다. 동서양 사람들 모두가 감동할 수 있는 소리 찾기가 어찌 쉬울까. “시대 유행도 따라줘야겠고, 아이들이 호기심을 일으키도록도 해야겠고…” 그는 생각이 많아서 늙을 새가 없다고 했다.

“대(大)와 소(小)가 조화로울 때 나는 게 진짜 소리유. 아주 큰 것과 아주 작은 것이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만나서 기가 막힌 어우러짐을 일구는 거지. 호흡이 잠깐 멈추는 그 공백의 순간에 소리는 절정을 이룬다우. 옥에 티처럼 잠시 깃드는 그 공백.” 그의 음악론 또한 ‘작은 거인’답다. 사람들 생각을 끌어내고, 어떤 느낌을 치고받게 하며, 마음을 여는 소리, 그 소리를 그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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