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구소 표기/교육부·대학들 고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CIS·NIS… 올림픽선 EUN/교과서엔 문맥따라 혼용키로/「소연구소」들은 개칭 결론못내
옛 소련의 국명이 하도 자주 바뀌어 헷갈린다.
지난해 연말 이제부터 「독립국가연합」(CIS)으로 부른다고 하더니 한달쯤 전부터는 NIS라고 하다가 이번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선 EUN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이름이 등장했다.
이처럼 옛 소련의 호칭이 변화무쌍함에 따라 가장 고통(?)을 받고 있는 곳은 교육부·각 대학의 소련관련 연구소. 이들 기관은 CIS출범 7개월이 지나도록 새 국명 표기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교육부는 내년도에 사용할 교과서 수정작업때 현재 초·중·고 사회과목 교과서 및 지리부도 등에 들어있는 소련표기를 새 국명으로 바꾸기로 했으나 「독립국가연합」이라는 국명이 딱 떨어지지 않아 상황에 따라 ▲「독립국가연합」 ▲「독립국가연합(CIS)」 ▲「구소련」 등을 병기하기로 했다. 공식 국명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교과서 문맥상 「독립국가연합」이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로 오해될 소지가 있을 때는 영문표기를 괄호안에 넣고,통계자료의 경우에는 소련에 관한 통계가 「독립국가연합」의 통계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구소련」으로 쓴다는 것이다.
대학 소련관련 연구소의 경우 연구소 개칭문제로 고민이 많다. 우선 독립국가연합의 장래가 아직 불투명해 섣불리 개칭했을 경우 사태추이에 따라 다시 이름을 바꿔야 하는 문제가 있고,기존명칭이 「한소…」「미소」 등 약칭형태로 되어 있어 「독립국가연합」이라는 긴 이름을 압축할 마땅한 약칭이 없기(「러시아」로 할 경우 지역 전체의 대표성이 없다)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국어대의 「소련 및 동구문제연구소」,단국대의 「미소문제연구소」,한양대의 「중소문제연구소」 등은 명칭 개정을 위한 몇차례 회의를 가졌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관망중이다.
그러나 나름대로 개칭한 곳도 없지는 않다. 국내 대학중 「소련학과」를 두고 있는 경상대·배재대는 소련사태가 터진후 다른 대학들처럼 러시아어과·노어노문과 등으로 학과명을 짓지 않은 것을 후회하다 최근 「러시아학과」로 과명을 바꾸기로 결정,현재 교육부에 학과명칭 변경신청을 내놓고 있다. 월간지 『현대소련연구』는 지난 1월호부터 잡지 이름을 『현대러시아 연구』로 변경했으며 사단법인 「한·중·소협회」는 6월말 「북방권교류협의회」로 이름을 바꿔 재출범했다.<김동균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