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 긴장감 지녀야 좋은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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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김선호씨의 『공단주변』을 장원으로 뽑는다.
이정란씨의 『고향의 금씨』와 몇번 견주어 보았다.
김선호씨는 제목이 너무 막막한 느낌을 주는 흠이 있다.
그러나 상을 뚜렷하게 잡아서 시조의 묘미인 압축의 아름다움을 어느 정도 생취해내고 있다.
이정란씨의 경우도 상을 만드는 능력이 있으나 필요없는 한자쓰기, 사변적인 어투 등이 눈에 거슬린다.
특히 셋째 수가 그렇다.
정명식씨의 『물안개 계곡에서』사물과 스스로를 비교 성찰하는 안목을 보여준다.
그러나 뛰어난 이미지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입선으로 뽑힌 이정숙씨의.『보리차 한잔』, 김흥길씨의 『농부의 아침』, 김세영씨의 『여름강』, 전성훈씨의 『7월 아침에』, 오하영씨의 『백두산천지』등은 원고를 대하는 정성과 노력이 담겨있다.
『보리차 한잔』의 경우 보리와 차의 관계를 만드는 재치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둘째 수 종장처럼 놀라운 비유도 아닌 느슨한 종결이 못내 아쉽다.
김흥길씨의 『농부의 아침』에선 농부의 일상을 잘 그리고 있으나 시적 현실로 우리에게 어필해오지는 못한다.
김세영씨의 『여름강』에서는 초장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시적 긴장과 그 이완에 대해 작자는 잘 알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분적인 기교를 제외하면 이 작품은 여운을 주지 못한다.
전성훈씨의 『7월 아침에』는 시조를 처음 쓰는 사람의 맑은 단상같이 보인다.
오하영씨의 『백두산 천지』는 즉흥시다.
관념적이어서 좋은 작품은 아니지만 시조를 통해 그 감동을 담아보려는 의욕이 아름답다.
좋은 작품은 진술하고 시적 긴장을 지닌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투고자들에게 강조하고 싶다.< 심사위원 : 이우걸·지성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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