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백양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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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흰양을 많이 닯아서 백양이라 했을까, 하늘의 뭉게구름이 흰양을 닮아서 그랬을까.
전남 장성군 백양사(0685-92-6781)에서 바라본 백암산 3봉, 백학봉·가인봉·옥녀봉은 마치 신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더욱이 바람에 따라 경내에 울려퍼지는 풍경소리는 속세의 아픔을 씻어주기에 족하다.
한순간의 생각에 따라서 부처와 중생이 갈린다는 선인들의 말씀이 피부로 느껴지는 곳이 백양사다.
이 사찰 언저리 송림이 우거진 만여평 남짓의 숲속에는 야생차목이 많고 스님들은 대개 아침이슬이 가시기전에 정성을 다해 차잎을 채취한다.
누가 백양사 주변에 언제부터 차를 심게됐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곳 차잎은 백양산의 청정한 정기를 방아서인지 성품이 아주 유순하고 그윽한 편이다.
백양사 주변에는 명소 금강대와 용수폭포·운문암·약사암·영천암등에 크고 작은 암자들이 많이 있다.
이암자 곳곳에 있는 무쇠솔에서 스님들이 손수 섭씨 1백∼3백도 정도로 달군 다음 덖어내는 백양차는 기가 막힐정도.
특히 올해 햇차의 경우 차잎에서 진이 많이 나와 쌉싸름한 맛을 즐기는 애호가들에게 아주 좋다.
차나무에 물이 잔뜩 올라 중작쯤 되었을 때 만드는 오월 차는 세작보다 크고 강한잎에서 쓴맛을 내는 진이 많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자라는 5천여 그루의 비자나무(천연기념 제153호)의 열매도 수액이 많아 먹을 때 상큼한 맛을 준다.
차를 마시고 난 뒤 남은 차잎은 버리지 말고 물기를 꾹 짜낸 다음 양념간장에 버무려 차나물을 해먹으면 맛도 좋고 식후에 다향이 남아 상쾌하다.
요즘 차잎을 성분으로 해 개발된 껌들도 바로 이런 점에 착안한 것이다.
백양사는 호남선 열차를 타고 정읍사로 유명한 정주역에서 내리면 택시로 50분거리.
백양역에서 20분 정도 소요되는 지점에 있다.
호남고속도로 백양 인터체인지에서 들어갈 수도 있다.
연호택 관동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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