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로 「지하경제」 막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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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은행감독원이 이번 정보사땅 사기사건과 관련, 4백70억원의 행방을 모두 추적하는데는 검사요원 3백여명이 헬기를 타고 이 은행, 저 은행으로 뛰어 다녀도 1년 이내에 끝마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이는 제일생명과 사기단이 자금출처를 감추기 위해 돈세탁을 했기 때문이다. 거액수표의 경우 13단계를 거치면서 국내 대부분의 은행들에 노후보장신탁·효도신탁 등 40여개의 계좌에 실명과 가명으로 분산시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돈 세탁을 가려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금융실명제 실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데 정부는 지난 90년 초까지만 해도 재무부에 「금융실명 거래실시 준비단」까지 만들어 실명제를 실시하면『불로소득원이 축소되고 부의 축적과정에 대한 정당성이 회복될 것』이라고 당위성을 주장하고서도 이윤과 자유를 추구하는 경제주체들의 기본적인 심성을 거스름으로써 성장잠재력을 악화시킨다는 이유로 그만두어 버린 저의를 알 수 없다.
그러나 가명 금융거래를 계속 허용할 경우 첫째 지하경제 활동을 조장하고, 둘째 상속증여세의 회피를 용이하게 할 것이며, 셋째 금융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고소득층이 종합과세되고 있는 대다수 근로소득자보다 조세부담이 적게 되는 등 유리한 문제를 안고 있다. 또 기술개발과 수출제조업의 생산부문에 많은 투자를 위해서도 금융실명제의 실시는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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