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환씨의 「프리뮤직」을 듣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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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오키스트라의 지휘자 단상에서 책상다리를하고 색서폰을 움켜쥔 강태환씨는 연주가 절정에 달하자 마술처럼 공중으로 떠올라 청중들을 짓누르는것 같았다.
20,21일밤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에 모인 3백여관객들은 강씨와 다카세아키의「프리뮤직」이 들려주는 자유로움에 속박당하고 말았다. 아무런 사전정보나 전제없이 전개되는 무화음·무조의 음악에 청중들의 고정관념들은 여지없이 파괴되고 있었다.
그의 음악을 프리 재즈,무반주의 고전음악,인도의 명상음악등과 연결시키는 것도 독창적인 강씨의 음악을「관습적으로」받아들이는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의 색서폰 음은 아무도 전에 들어본 적이없는 이른바「태초의 소리」였다.
단선율 악기인 색서폰에서 두 세가지 음을 동시에 내면서 때로는 천둥소리같은 굉음을, 때로는 허공을 가르는 날카로운 음을, 때로는 깃덜처럼 가볍고 부드러운 음을 강씨는 한번도 숨을 들이쉬지 않고 끊임없이 연주해 그의 음에 빨려들어갔던 객석은 30여분 긴곡이 끝나서야 비로소 긴장이 풀어졌다.
강씨는이날 특유의 순환호흡법과 혀와 손가락의 현란한 기량들로 새로운 음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낡은 알토색서폰에서 뿜어내는 오묘한 음이 강렬하게 듣는이를 공격해오고 있는 가운데 다카세아키의 전위적 피아노연주는 극단적인 자유로움으로 강씨와 교감하는 것이었다.
60년대부터 여러 악단을 거치며 재즈를 연주해온 강씨는 80년대초부터 전위적인 프리뮤직에 심취하기시작, 독창적인 연주기법과음색으로 세계적인 각광을 받고있다. 전혀 새로운 소리와 무한한 음악의 깊이를 창조해내는 강씨의 존재는 우리 음악계에 매우 드물고 값진 것으로 평가된다.<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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