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개발 지역] 토지 보상 앞두고 땅값 '들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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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경기도 판교신도시 등 수도권 대규모 개발지역 수용에 따른 보상이 임박하면서 인근 토지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막대한 보상금액이 지급될 경우 대체 취득 비과세 규정을 이용한 토지 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지방세법에는 토지.건물을 수용당한 원주민이나 인근지역 거주자가 1년 이내에 부동산을 대체 취득할 경우 취득.등록세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부동산업계에선 이달부터 보상에 들어가는 수도권 택지개발예정지구의 토지.건물 보상금이 총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본다.

◇초읽기에 들어간 토지보상=토지공사는 경기도 남양주 진접.하남 풍산지구는 이르면 이달 말, 성남 판교신도시는 내년 1월부터 보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토지공사는 진접과 풍산지구 보상금으로 줄잡아 각각 2천4백억, 3천8백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판교신도시 인근 P부동산 韓모 사장은 "판교신도시와 비슷한 면적의 화성 동탄신도시 보상금액이 1조2천억원에 달했다. 판교신도시는 땅값이 비싼 점으로 미뤄 볼 때 2조5천억~3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토지공사는 내년 초부터 동탄신도시 주변 도로 보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금액은 3천억~4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토공은 내다봤다.

그린벨트 해제 예정지에서도 돈이 풀린다. 주택공사는 이달 중 그린벨트에서 풀려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된 경기도 고양 행신2.광명 소하.의왕 청계.성남 도촌 등 9개 지구의 보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보상 규모는 유동적이나 총 1조5천억원을 웃돌 것으로 주택공사는 예상했다.

주공 관계자는 "연말에 보상지역이 한꺼번에 몰려 있어 본격 협의매수가 시작되는 내년 1~2월께 인근 지역에 돈이 대거 쏟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술렁이는 토지시장=용인.광주.성남 일대 부동산 시장은 판교신도시 보상금 지급을 앞두고 초긴장하고 있다. 용인 T공인 관계자는 "판교신도시 보상금을 받으면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묻는 현지인의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판교신도시 보상금이 워낙 많아 주변 땅값을 들쑤셔 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상이 시작되면 땅값이 뛸 것으로 보고 미리 사두려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의왕에서도 청계지구의 보상이 임박하면서 지구 부근의 땅값이 지난 6월 말에 비해 평당 50만~1백만원 정도 올랐다.

일부 투자자는 위락단지 조성계획이 잡힌 학현마을 일대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명시 소하동 D부동산 관계자는 "내년 고속철도 광명역 개통과 택지개발을 앞두고 2~3년을 내다보고 투자하려는 수요가 많지만 평당 80만원 이하의 논밭을 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성남 판교신도시와 비슷한 시기에 보상에 들어가는 성남 도촌지구 인근 부동산 시장도 요즘 뒤숭숭하다. 신현대개발공인 박영준 사장은 "판교신도시 분양 때 지역 우선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이 일대 토지.단독주택.아파트.상가건물에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고양 행신2지구는 1980년대 그린벨트 투자 붐이 일 때 토지를 매입한 외지인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차익을 챙긴 뒤 김포나 파주 등 개발예정지로 옮길 것으로 중개업소들은 본다.

가라뫼공인 관계자는 "10.29 대책 이후 상승세를 멈췄지만 소유자들이 인근 토지를 선호하고 있어 내년 1분기께는 영향권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점 조심해야=수도권 택지개발지구 인근 지역은 대부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실수요자 아니면 거래가 쉽지 않다.

정부는 지난 11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끝나는 판교신도시 주변 1천1백만평에 대해 그 기간을 2007년 11월 30일까지로 연장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도시지역 주거용지는 1백80㎡, 비도시지역은 농지 1천㎡, 임야 2천㎡를 각각 초과해 거래할 경우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아름부동산컨설팅 이상준 사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의 농지는 해당지역 주민이 아니면 살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지자체의 위장전입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고 있으므로 섣불리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JMK플래닝 김용석 이사는 "땅값이 요동치면 정부가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부과하는 토지투기지역으로 묶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럴 경우 투자금이 장기간 잠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원갑.서미숙 기자

<사진설명>
신도시 등 대규모 개발 지역 수용에 따른 보상금이 나오면 인근 부동산 시장은 들썩인다. 사진은 다음달부터 2조5천억~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보상금이 지급될 예정인 판교 신도시 후보지 전경.[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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