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1조 먹는 '경시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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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초.중.고생들의 각종 학력경시대회와 예체능 분야 경연대회를 위해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연간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전체 사교육비의 10분의 1에 가까운 액수다.

이에 따라 경시대회의 난립을 막고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정부의 검증을 받은 경시대회만 열게 하는 인증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주최로 18일 열린 '학력경시대회 인증에 관한 공청회'에서 이영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선임연구원은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학력경시대회를 위해 쓰는 연간 사교육비는 학원수강료.특별지도학습비.참고도서 구입비.대회참가비 등을 포함해 초등학생 2천7백63억원, 중학생 2천3백8억원, 고등학생 1천8백67억원 등 6천9백38억원으로 추산됐다.

학원 수강료의 경우 초등학생은 한달에 12만4천원, 중학생은 22만원, 고등학생은 24만7천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의 특별지도를 받는 학생의 경우 초등학생은 34만8천원, 중학생은 41만3천원, 고등학생은 44만5천원으로 지출 규모가 더 컸다.

음악.미술 분야 등의 경연대회를 위해 들이는 사교육비는 초등학생 1천2백20억원과 중학생 1천2백7억원, 고등학생 1천1백44억원 등 모두 3천5백7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학력경시대회와 경연대회 참가를 위한 사교육비를 모두 합하면 1조5백9억원에 이른다. 이는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전체 사교육비 13조6천억원의 10%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처럼 경시대회를 위해 투자하는 사교육비 규모가 엄청난 것은 대학.특목고 입시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기 위한 학생들의 경시대회 참가가 최근 급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학력경시대회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초등학생 22만8천9백여명▶중학생 10만1천4백여명▶고등학생 7만9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李연구원은 추정했다. 경연대회 준비 학생은 ▶초등학생 9만6천여명▶중학생 4만2천5백여명▶고등학생 3만3천1백여명으로 추산했다.

학생들의 수요 급증에 맞춰 경시대회 수도 급증해 지난해의 경우 총 1천1백31회나 열렸다. 하루 3.1회꼴로 개최된 셈이다.

李연구원은 "일부 경시대회 주최 기관의 상업주의적 접근이 경시대회 과잉.과열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조만간 구체적인 경시대회 인증제 도입 방안을 마련, 교육인적자원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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