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억원 사채시장 유입 일부는 집·차사고 유흥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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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검찰서 밝힌 「땅」사건 자금 473억 행방/“서류확보 등 실사작업 한창/배후로 흘러간 흔적은 없다”
정보사부지 매각 사기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막바지 단계로 접어들면서 제일생명으로부터 성무건설회장 정건중씨 일당에게로 건너간 현금 2백30억원과 어음 4백30억원 등 사기자금 6백60억원의 행방이 거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조사한 사기단의 진술내용과 은행감독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자금추적 결과를 기초로 일단 자금흐름의 큰 줄거리를 파악,18일까지 사용처가 불분명한 액수는 30억원 정도며 이 돈도 실제 사용여부를 가릴 수 있는 단계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정씨일당 등 사기단과 거래했던 토지브로커·사채업자는 물론 이들이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주택·차량구입비,유흥비,위자료 등에 관련된 인물들을 상대로 근거 서류확보 등 광범위한 실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자금행방 수사는 내주초까지 끝내고 발표할 예정이며,지금까지 이 돈이 정계 유력인사 등 배후세력으로 흘러간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제일생명에서 건너간 6백60억원 가운데 검찰이 행방을 추적해온 액수는 4백73억원.
현금 2백30억원은 고스란히 정씨 일당에게 건너갔지만 어음은 4백30억원 가운데 성무건설사장 정영진씨가 제일생명 윤성식상무의 요구로 4월13일 되돌려준 1백억원과 1백30억원을 유통시킨뒤 만기일인 5월말과 6월2일 결제한 87억원 등 1백87억원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씨가 상호신용금고 등을 통한 현금화 과정에서 할인수수료로 공제한 83억원을 빼면 정씨일당의 수중에 온전히 넘어온 돈은 3백90억원.
이 돈은 정씨일당과 전합참군무원 김영호씨 일당의 안양 군부대 및 정보사부지 매매를 통해 김영호·김인수·곽수열씨 일당에게로 상당부분이 흘러갔다.
김영호씨 일당은 정보사땅 사기과정에서 김씨가 81억5천만원,김인수·곽수열씨가 각각 25억원과 30억원 등 모두 1백36억5천만원을 챙겼다.
그러나 김씨가 홍콩 도피직전 정건중씨 부인 원유순씨를 통해 81억5천만원을 돌려줘 이 과정에서 김씨일당으로 흘러나간 돈은 결과적으로 55억원이다.
또 안양땅 사기과정에서 김영호씨는 정씨로부터 49억5천만원을 받아 원소유주 김모씨에게 27억5천만원,브로커 김모씨에게 4억원을 주고 원씨에게 유치원 설립자금으로 1억2천여만원을 빌려주었으며 나머지 16억8천만원을 자기몫으로 챙겼다.
김씨는 이 돈중 10억4천6백만원을 도피자금으로 썼고 나머지는 빌라구입비·오피스텔전세금·부동산계약 위약금 등으로 사용했다.
두개의 사기사건으로 김영호씨 일당이 챙긴 돈은 71억8천만원이 된다.
하지만 정씨 일당은 정보사땅 사기로 55억원,안양땅 사기로 49억5천만원 등 모두 1백4억5천만원을 떼인 셈이어서 당초 챙겨둔 3백90억원은 2백85억5천만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정건중씨는 중원공대 설립부지 구입비(10억원)와 성무건설 설립운영비(20억원) 등 30억원을 이 돈으로 썼다.
정씨의 부인 원유순씨는 평촌의 유치원부지 구입비로 5억6천만원을 썼고 정씨의 형인 국민은행 대리 정덕현씨는 오피스텔 구입비로 2억원을 사용했다.
세사람이 쓴 돈 37억원을 빼면 정씨일당이 확보한 자금은 다시 2백48억원으로 줄어든다.
검찰은 자금관리자인 정영진씨를 통해 2백48억원의 행방중 ▲강남주택조합조합비 및 이자반환금 70여억원 ▲빌라 두채 구입비 9억4천만원 ▲승용차 구입비 4천만원 등 80억원 정도의 사용처를 확인했다.
이로써 미확인 금액은 1백68억원 정도로 줄었다.
검찰은 이 돈 가운데 10억여원이 교제비·유흥비로 지출됐고 1백2억원이 사채시장에 잠겨있는 것으로 잠정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정씨일당이 가명계좌를 주로 사용해 자금을 「세탁」했고 ▲사채업자·브로커들이 대부분 잠적했으며 ▲사채를 빌려쓴 기업도 정확한 내용을 모르고 있는 등 도처에 장애요소가 도사리고 있어 애를 먹고 있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정씨가 거액을 쓰면서 장부정리를 전혀 안했고 기억력도 별로 좋지 않아 다른 사람의 진술을 받아낸뒤 기억을 되살려주기까지 하고 있다』고 자금추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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