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빅5 '원가와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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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세계 주요 휴대전화 업체들의 생산원가 낮추기 경쟁이 뜨겁다. 중국.인도.브라질 등 신흥시장을 겨냥해 값싼 휴대전화를 내놓기 위해서다. 세계 1,2위 업체인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이미 신흥시장에 여러개의 생산거점을 운영하며 100달러 이하의 저가품을 쏟아내고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도 이에 뒤질세라 신흥시장의 생산시설을 늘리는 데 팔을 걷었다.

신흥시장의 휴대전화 판매량이 몰라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유럽과 북미 등 선진시장의 휴대전화 성장률은 연간 10%대 미만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아시아나 동유럽시장은 30%대의 고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인도는 지난해 10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노키아.모토로라.삼성전자.소니에릭슨.LG전자 등 '빅5'의 최대 접전지역으로 부상한 것이다.

빅5의 승부는 가격에서 갈린다. 성능이 비슷해졌고 디자인 경쟁도 한계에 달했다. 노키아가 지난해 출시한 전체 휴대전화의 42%가 60달러 이하의 제품이다. 특히 노키아가 출시한 저가폰(모델명 1110)의 가격은 44달러다. 저가폰은 노키아가 세계 1위의 휴대전화 업체 위상을 다지는 데 효자역할을 했다. 노키아는 현지화 전략으로 원가경쟁력을 갖췄다.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고 현지 소비자 성향에 맞는 제품을 생산한다. LG경제연구소 박동욱 책임연구원은 "노키아는 핀란드를 제외한 전세계 8개국에서 11개의 현지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해외생산량이 전체의 80%에 달한다"고 말했다. 모토로라는 중국이나 대만 등 현지의 제조업체들을 활용한 ODM(제조업체 개발생산)방식을 적극 활용한다. ODM은 독자 개발력이 있는 제조업체에서 납품을 받는 방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배영일 책임연구원은 "ODM은 개발비나 설비 증설 등의 투자 부담을 덜 수 있어 원가경쟁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노키아나 모토로라는 기술력으로 원가를 낮추기도 한다. 제품 설계 때부터 부품을 통합하고 저가형 플랫폼을 여러 모델이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든다.

배영일 수석 연구원은 "경쟁사가 흉내내기 힘든 기술력으로 원가를 절감할 수 있어야 한다"며 "동일 성능의 제품을 경쟁 제품보다 싸게 공급하는 능력이 진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국내 휴대전화 업체들은 국내 공장을 연구개발과 핵심 생산거점으로 키우는 한편 해외공장 증설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우선 경북 구미공장의 휴대전화생산량을 2009년까지 현재 연간 6900만 대에서 7500만 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00억원을 투입한다. 또 베트남 등에 공장을 신축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신흥시장의 생산시설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LG전자 상품기획팀 김성범 과장은 "휴대전화 원가를 단 한 푼이라도 절감하기 위해 갖은 궁리를 하고 있다"며 "빅5의 점유율이 80%에 달한 만큼 피말리는 원가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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