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V조기 정착 위해 채널·방송국허가 제한해야|과방경쟁으로 중도탈락자 양산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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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유선방송이 초기에 제자리를 잡으려면 프로그램 공급분야(채널)와 방송국이 제한적으로 허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무분별한 난립에 따른 과당경쟁을 처음부터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은 최근 설립된21세기방송연구소(이사장 강용식·소장 정순 왈)가 15일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한국형 CATV의 방향 모색」이란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나왔다.
김광옥 수원대 교수(신 문방송학)는 「한국 CATV프로그램채널 결정에 관한 일 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채널의 과다허가와 자유경쟁 식의 프로그램 공급은 사업자간 과당경쟁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뒤『이는 결국 사업탈락자를 양산하고 유선방송의 조기정착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방송국 운영자가 많은 돈을 들여 채널을 여유 있게 확보하고 시청자는 일정한 액수의 시청료를 지불하는데도 불구, 정작 유익한 프로가 없을 경우 차라리 외국 프로를 틀어달라는 요구가 많아질 것이고 이럴 때 유선방송의 조기정착은 어렵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때문에 단기간 내 자립이 가능토록 채널수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 교수는 국내의 수용자 여건을 감안해 초창기에는 최소한 7개 이상, 많아도 10여개 수준에서 채널 숫자를 잡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았다. 여기에는 뉴스·교양·영화·레저·어린이·스포츠·문화·쇼·지역정보 등의 분야가 포함돼야한다는 것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유선방송국의 규모·숫자도 관심을 모았다.
김학천 전 교육방송원장은『가급적 문화·정보의 도시집중을 막고 지역의 정보센터 역할을 할 수 있는 소규모 방송국도 좋으나 프로그램의 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제,『방송국 규모를 크게 잡아 25만∼30만 가구의 지역을 한 단위로 묶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외국의 예를 감안할 때 방송국수는 50개 이하로 정하는 것이 초기 유선방송사업에 적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선방송 채널·방송국수를 정할 때 어느 정도의 제한이 필요하다는 이 같은 의견들은 정부가 추진중인 「개방적인 허가」방침과는 입장이 달라 주목된다.
정부는 최근 유선방송법 시행령을 확정하며 채널수의 경우 당초 10개 정도로 잡았으나 제한적인 허가에 따른 지원자감소 등을 우려해 이를 철회했고 방송국수도 1백50개 내외에서 허용키로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한편 진용옥 경희대교수(전자공학)는 「한국형CATV설비와 장치의 특성」이란 발 제문에서『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산악지대가 많은데다 공중파방송의 기술적 취약성 때문에 유선방송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장한성 KBS영상사업단사장은 『세계적인 추세에 비춰볼 때 국내 유선방송은 상당히 늦었다』고 지적하고『시청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고 외국 위성방송 침투·전자산업 발전 등을 감안할 때 유선방송의 적극 개발·육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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