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뮤지컬 어워즈 시상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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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4일 오후 ‘더 뮤지컬 어워즈’시상식장에서 수상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는 뮤지컬 스타들. 왼쪽부터 조승우·김선영·구원영·김소현·박해미씨.

환호와 숨죽임이 반복됐다. 제1회 더 뮤지컬 어워즈(The Musical Awards)가 열린 14일 밤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 뮤지컬 스타가 나타날 때마다 1000여 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열광했다. 엘비스 프레슬리 복장을 한 '올슉업'의 배우가 "자! 확 띄워보자고!"라며 오프닝 공연을 시작하자 3층 관객들은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부문별 후보를 소개한 후 수상자 발표를 기다릴 때는 모두가 긴장 속에 침묵했다. 남우 주연상을 수상한 '화성을 꿈꾸다'의 민영기는 "발표를 기다리면서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렇게 떨렸던 적은 난생 처음"이라고 했다.

◆ 한편의 갈라 콘서트=기쁨과 긴장을 뮤지컬과 함께한 팬들에게 이번 시상식은 최고의 갈라 콘서트였다.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오른 국내 뮤지컬 네 편의 하이라이트가 공연됐다.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화성에서 꿈꾸다'의 정조가 사랑을 노래할 때 관객들은 숨을 죽였다. 뮤지컬 40년사를 정리하는 하이라이트 무대에서는 추억을 반추하며, '아가씨와 건달들'의 흥겨운 음악에는 발장단을 맞추며 공연에 빠져들었다. 배우와 연출자.제작자들도 다른 공연의 노래에 맞춰 손뼉을 치며 축제를 즐겼다. 관객 이승민(25)씨는 "중간 공연이 많아 관객이 작품에 대해 판단할 수 있게 한 점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번 시상식의 관객들은 단지 배우에만 열광하지 않았다. '천사의 발톱'의 작곡가 원미솔씨는 배우 못지않은 호응을 받았다. 뮤지컬 팬이라는 김선화(23)씨는 "이미 웬만한 뮤지컬의 노래들은 외우고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작곡가들도 정말 좋아한다"고 전했다.

국내 첫 창작 뮤지컬을 연출한 임영웅(71)씨에게 공로상이 수여됐을 때 관객은 기립박수로 그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임씨는 "40여년 전 뮤지컬을 시작할 때는 전혀 상상 못했던 광경이다. 뮤지컬계가 정말 많이 성장했다"며 감회를 밝혔다.

◆ 제작팀의 팀워크 과시한 자리=사회자 송승환씨는 "연출자로서 지금 무대에 올라온 친구들을 한 번씩 끌어안아 주고 싶다. 뮤지컬 한 편을 만들 때는 가족들보다 동료 얼굴을 더 많이 본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부문별 수상작이 발표될 때마다 그 작품의 배우.제작자들은 무대 밑 자리에서 떠들썩하게 환호했다. 이날 4개 부문에서 수상한 '천사의 발톱'의 안무가 오재익 씨는 "하도 소리를 질러서 목이 다 쉬었다. 우리 팀 수상할 때마다 꽃다발도 재활용했다"며 웃었다.

◆ 끝까지 수상 예측 못해=철저한 보안도 시상식의 긴장감을 높였다. 상을 받은 배우와 제작진들은 한결같이 무대에서 "정말 상을 받을 줄 몰랐다"며 감격해 했다. 남우 주연상의 민영기는 조승우, 여우주연상 김선영(에비타)은 박해미의 수상을 예상했다고 말했다. 여우조연상을 받은 구원영(천사의 발톱)은 직후 앙상블 부문 시상자로 나와서도 긴장감이 가시지 않아 말을 잇지 못했다. "수상할 줄 몰라 아무 옷이나 입고 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발표 순간까지 수상자에 대한 보안이 유지됐다. 팬들은 가슴 졸이는 긴장 끝의 수상자로 나선 이들에 대해 큰 환호를 보냈다. 대학생 김유리(24)씨는 "'민영기 아니면 안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배역을 잘 소화한 인물이 큰 상을 받았다"며 "다른 부문도 수상자가 잘 선정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문화스포츠 부문=최민우.강승민.김호정.김경진 기자, 영상 부문=양광삼.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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