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횡단철도 인터걸 극성(해외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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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장기여행 지루한 외국인 승객대상/수백명 활동… 아르바이트 여대생도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하는 외국인 승객들을 상대로 한 차내매춘이 성행하고 있다. 주로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대도시 호텔에 묵는 외국인들에게 몸을 팔아온 러시아의 인터걸들이 이제 「움직이는 외화」를 겨냥,영업장소를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새로운 매춘무대로 떠오른 것은 최근 들어 외국인상대 매춘이 손쉬운 돈벌이로 자리잡으면서 인터걸들이 부쩍 늘어나 「호텔영업」 경쟁이 치열해진 탓도 있지만,시베리아 횡단철도 나름의 장점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얘기다.
모스크바∼블라디보스토크간 9천2백여㎞를 간선으로 하고 북경 등 여러갈래의 지선을 갖고 있는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간선 전구간을 여행할 경우 꼬박 1주일이 넘게 걸린다. 끝없이 이어지는 툰드라숲,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이칼호 등 철도변에 볼거리들도 즐비하다.
따라서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인터걸들은 여덟시간밖에 안걸리는 항공편을 마다하고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택한 외국인들은 볼거리들을 보다 찬찬히 음미하려는 낭만파가 대부분이어서 접근하기가 쉽다고 말한다.
러시아에서 공식적으로 매춘자체가 불법으로 돼있어 인터걸들의 숫자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모스크바·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각각 하루 1편씩 출발하는 간선열차 러시아호를 무대로 하는 인터걸만 해도 수백명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칸막이 객실을 전세내다시피해 손님을 맞거나 손님의 객실로 찾아가 매춘하는 이들의 몸값은 시간당 30∼40달러. 그중 태반을 손님유치·신변보호 등을 맡는 「기둥서방」에게 바치면서도 인터걸들은 러시아 일반 노동자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최근 한 일본잡지에 소개된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출신 여대생 인터걸 레나양(19)의 경우.
6개월전부터 인터걸 생활을 해온 레나는 1주일에 한번꼴로 「아르바이트」에 나선다.
학교수업이 없는 날을 택해 이르쿠츠크에서 1박2일로 귀가할 수 있는 중간역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한번 출장때마다 보통 4∼5명의 손님을 맞으나 많을땐 20여명을 상대하기도 한다.
화대의 80%를 기둥서망에게 뜯기고도 레나의 월수입은 일반노동자의 약 10배. 심리학을 전공하는 그녀는 이 돈으로 자신의 용돈과 학비,그리고 다섯식구 생계를 보탠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차내 매춘이 호황을 누리자 이 노선에서 근무하는 공안원들과 승무원들도 이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봉급보다 훨씬 많은 뇌물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정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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