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세계와 어깨 겨룰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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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국문학의 질은 외국것과 비교해 볼때 절대로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상품으로만 겨루고 한국 것을 알릴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문화도 상품화· 국제화시키는 노력을 할 때가 왔습니다남 이러기 위해서는 우선 외국사람들에게 한국문학의 진면목을 보이기 위한 작업이 선행돼야 된다고 믿는 도서출판 열음사의 김수경 대표(44)가 미국 코넬대와 손잡고 한국문학전문문예지『블랙 크레인』(재두루미)발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씨가 이 작업에서 맡은 일은 당장은 수익을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이 책의 출간에 소요되는 출판 및 부대행사경비 등10여만 달러에 해당하는 돈을 대는 일이고 코넬대의 한국학 학자, 한국의 평론가, 미국의 번역전문가 등과 머리를 맞대고 한국의 대표적인 작품을 선정하는 일이다.
코넬대 측은 발간사무실을 마련하고 번역 등이 작업에 필요한 일에 대학원인력을 투입하게된다. 김씨가「승산이 확실치 않은」이 작업에 손을 대게 된 까닭은 부산대영문학과·대학원을 졸업한 영문학도로서, 또 외국문학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외국문학』(계간)의 발행인으로서『늘 자괴감과 사명감을 동시에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재미작가 김은국씨와 몇 차례 만나면서 한국문학을 세계 무대에 내놓아도 전혀 수준에 문제가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했고 한국문학에 심취해 있는 코넬대의 데이비드 매켄, 하와이대의 마실 필(한국문학과)교수 등이 강한 호감과 적극적인 지원의사를 보여 우선 실험적으로 향후 3년 간 연 2회『블랙 클레인』을 발간하기로 90년9월 합의했다는 것이다.
책제목은 이들 교수들이 중심이 돼 7O년대 한국문학에 관심 있었던 사람들이 만들었던 같은 제목의 동인지에서 따왔다. 김 대표 등 이들 제작진은 그동안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여러 차례 만나 대표작품 선정에 고심하고 있는데 오는28일에는 하와이에서 만나 3배수로 추천된 작품의 최종선정에 들어간다. 이 책에는 30년대 및60년대 이후의 단편 3편, 시 20편, 비평 2편, 작가인터뷰 등이 실리게된다. 김 대표는『여태까지는 행사위주로 한국문학을 알리는 기회를 산발적으로 가져왔으나 이 책을 통해 한국문학의상품성을 타전해볼 생각』이라며『문학작품의 수출은 무역전쟁도, 공해도 유발하지 않는데 다 외화가득률을 무한하게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초판은 5천부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미 이 계획을 전해들은 일본 등 일부국가의 독자들이 정기구독시행을 해왔다고 밝혔다.
월간『문학정신』도 발행하고 있는 그는 또『우리시각으로 작품을 선정, 외국인들에게 우리식의 식성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입에 맞는 것을 선택하도록 하기 위해 현지에서 지적 사회를 구성하는 인사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올 가을 후반께 책을 낼 예정이라는 그는 자신이 경영하는 출판사인 열음사가 그동안 경영 상태가 안 좋아 늘 남편(이상호씨·부산「우리들 병원」원장)의 도움을 받는 등 허덕여왔으나 최근 발간한 단행본들에 대한독자의 반응이 좋아 평소 소망하던 일을 하게됐다며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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