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등 켜진 한화 비상 경영 체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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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김승연 회장이 보복폭행 혐의로 경찰에 구속되면서 한화그룹은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그의 구속 이튿날인 12일 금춘수 그룹 경영기획실장(부사장) 등 고위 경영진이 긴급 대책 회의를 했다. 일요일인 13일에도 거의 모든 경영기획실 임직원들이 출근해 상황을 점검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별 자율경영 시스템이 작동해 김 회장의 구속에도 경영엔 결정적인 어려움이 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대한 경영 사안이 즐비해 구속 중인 김 회장이 직접 의사결정을 내리는 '옥중 경영'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에는 신은철(대한생명).김연배(한화증권).성하현(아산테크노밸리).최상순(㈜한화) 등 4명의 상근 부회장과 이순종(㈜한화) 비상근 부회장이 있지만, 이들이 그룹 경영의 구심점이 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신 부회장은 대생 경영에 전념하고 있고, 다른 부회장들은 사실상 고문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또 금춘수 경영기획실장은 부사장급이어서 그룹의 중심 역할을 하기엔 한계가 있다. 재계 관계자는 "'2인자'가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 해외 투자나 중대한 전략 수립 문제는 김 회장 스스로 결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 회장도 구속된 직후에 발표한 대 국민 사과문에서 "앞으로 그룹 경영에만 전념하겠다"고 해 경영활동을 멈추지 않을 뜻을 비쳤다. 그룹 경영진도 금춘수 실장 및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협력해 그룹을 이끌어가되, 중요한 사안은 김 회장을 면회해 결정한다는 기본 원칙을 마련했다.

일상적인 경영 사안은 그럭저럭 꾸려 나가겠지만, 야심차게 추진해 온 한화의 글로벌 전략과 적극적인 영업.마케팅 활동은 당분간 주춤거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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