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군무원 낀 치밀한 사기극/땅사기 범인들 어떤 인물들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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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정씨 형제 각본쓰고 정영진씨 주연/군무원 김씨는 대령예편 육사18기
정보사 토지사기사건은 지난달 11일 홍콩으로 달아난 합참군무원 김영호씨(52)를 중심으로 정명우(55)·건중(47)형제와 정덕현(37)·영진(31)형제,곽수열(45)·박영기(42세 추정) 등이사전에 치밀한 각본에 따라 사기극을 벌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정건중·명우형제가 각본을 짜고 정영진이 주역을 맡았으며 나머지 인물들은 각각 사기극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 조역을 맡은 셈이다.
현재 국민은행 대리인 정덕현씨를 제외하고는 국내외로 모두 잠적해 검·경의 추적을 받고 있다.
제일생명과 직접적인 접촉을 벌인 정영진씨는 사글세를 사는 등 형편이 어려웠으나 금년 3월 건평 60평 시가 3억8천만원인 서울 서초동 두원빌라를 부인명의로 구입하고 그랜저 승용차를 몰고다니는 등 갑작스레 호화생활을 해왔다.
제일생명 윤성식이사는 『정영진씨를 교육사업에 뜻이 있는 젊은 재력가로 소개받았으며 복장이나 씀씀이를 보고 거물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사기극의 중심인물인 정건중씨는 재미교포로 자신이 미국에서 철학박사를 땄다고 자랑하고 다녔으며 85년부터 충남 예산군 대술면 일대 10만여평 부지에 중원공과대학을 설립하겠다며 독지가를 물색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정씨는 지난해 교육부의 대학설립신청 1차심사가 통과되자 이를 알리는 신문광고를 복사해 갖고 다니며 주위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믿게 했다는 것.
정씨는 또 자신의 아내가 서울 남가좌동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에 정·재계 인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걸어놓고 『국회의원들뿐 아니라 청와대에도 아는 사람이 많다』고 말해왔다는 것이다. 정씨는 87∼89년사이 사기 등 혐의로 세차례 고소됐으나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정씨는 사기극이 본격궤도에 오른 금년 4월 서울 서초동 1303 관선빌딩에 3·4·10층을 전세얻어 직원 30명을 고용,성무건설을 설립해 회장노릇을 하기도 했다.
정씨는 호화주택단지인 서울 한남동 유엔빌리지에 살다 사건이 표면화되자 잠적했다.
제일생명측에 합참의 김영호씨로부터 정보사부지 1만7천평을 사들인 막후실력자로 소개됐던 정명우씨는 영세 인쇄업을 하던 정건중씨의 친형으로 확인됐다. 정명우씨는 서울 염창동에서 3천만원짜리 연립주택 전세를 살다 최근 『1억2천만원짜리 단독주택으로 옮긴다』며 이사를 가버렸다.
홍콩으로 달아난 김영호씨는 육사 18기로 88년 2월 대령예편과 동시에 2급군무원으로 취직됐다. 91년 8월 합참 군사연구실 자료과장이 되기전까지 군의 부동산업무를 담당하는 군사시설 담당실장을 했었다.
김씨는 평소에도 대머리가 아닌데 가발을 쓰고 다니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해왔으나 두뇌회전가 일처리가 빠른 편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두 딸을 뒀으나 금년 3월 부인과 이혼했고 6월9일자로 사표를 냈다. 이들과 공범으로 검찰에 고소된 박영기씨는 42세 가량으로 제일생명관계자를 사기단과 연결시켜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 인물.
박씨는 사기범 정건중씨가 회장인 성무건설의 직원이지만 외부에는 청와대 관계자로 행세해 왔으며 능통한 화술로 주위를 속여왔다. 함께 고소된 곽수열씨는 사기범들이 『정보사부지가 불하안될 경우 현재 서초동 대법원 신축청사 맞은편의 1천5백평 땅을 곽씨명의로 옮긴뒤 이중 9천평을 불하받게 해주겠다』고 내세운 인물로 역시 잠적했다.<김종혁·고대훈기자>
□대형금융사고 일지
▲74년 2월 중소기업은행 등 박영복씨 등에게 71억원 부정대출
▲79년 4월 신탁·제일은행 등 율산그룹에 1천5백23억원 부정대출
▲82년 5월 이철희 장영자부부 1천8백억원 어음사기사건
▲82년 6월 조흥은행 김상기차장 88억원 예금유용뒤 자살
▲82년 6월 동화증권 박건일상무 고객돈 13억6천만원 부정인출
▲83년 8월 상업은행 김동겸대리 명성그룹에 1천66억원 부정대출
▲83년 9월 조흥은행 영동개발에 1천6백71억원 부정지급보증
▲88년 11월 신한상호신용금고 고객예금 14억원 유용
▲91년 7월 상업은행 청계지점장 고객예금 27억5천만원 사취
▲91년 12월 선경증권(전 태평양증권) 부산지점장 고객예탁금 1백37억원 유용
▲92년 6월 조흥증권 강남지점 과장 고객돈 10억2천만원 횡령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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