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하며 동시에 노안도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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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를 쓸 나이쯤 되면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눈은 다른 장기의 질병과 달리 노력으로 노화를 예방 또는 지연할 수 없다. 때가 되면 노안이 오고, 백내장이 생기며, 운이 나쁘면 황반변성이나 녹내장과 같은 중한 질병도 얻는다. 과거엔 불현듯 찾아온 노안에 대해 의학적으로 크게 도와줄 게 없었다. 피부는 깎고, 당기고, 주사를 맞아 팽팽하게 펴 주지만 노안은 돋보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어르신 건강’, 이번 주엔 노안을 개선해 주는 최신 수술법을 소개한다. 

◆노안은 숙명인가=수정체는 사진기의 렌즈에 해당하는 부위. 노안은 수정체의 탄력이 떨어져 가까운 곳이 잘 보이지 않는 현상이다. 따라서 가까운 곳의 피사체가 정확하게 망막에 맺히지 않는다. 정상 시력인 사람은 45세 전후에 나타나고, 원시는 이보다 조금 일찍, 반대로 근시는 조금 늦게 생긴다. 노안의 일차적 증상은 25~30㎝ 사이의 거리가 잘 보이지 않고, 먼 곳과 가까운 곳을 교대로 볼 때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책이나 컴퓨터 모니터를 볼 때 눈의 피로가 빨리 오고, 이런 증상은 어두운 곳에서 더 심하다.
 
또 다른 노화 현상은 백내장이다. 수정체가 딱딱해지며 혼탁해진다. 이렇게 되면 시야가 뿌옇게 보이거나 눈부심 현상이 나타나 시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노인 인구의 70%가 백내장에 걸리지만, 요즘은 젊은 층에까지 백내장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빠르고 간편해진 백내장 수술=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맑은 인공 수정체로 바꿔 끼는 것을 말한다. 수정체를 싸고 있는 막을 조금 째고 들어가 초음파로 혼탁한 수정체를 깬 뒤 빨아들인다. 이런 초음파유화흡입술이 도입되면서 백내장 수술이 쉽고, 간단해졌다. 여기에 최근엔 인피니티 비전 시스템 도입으로 더 간편해졌다. 종래엔 수정체의 막을 3.3㎜ 쨌지만 이제는 2.2㎜만 째도 가능하고, 안전성과 정확성도 높아졌다. 여기에 수정체 막의 변형이나 손상을 방지하는 기능도 있다. 수정체 막의 형태를 유지하도록 주입하는 보충액 양을 점검해 과다 주입을 방지하는 것이다.

인피니티는 수술 시간도 크게 줄여 준다. 시간이 5분 정도이니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백내장 수술 시 마취도 간단해졌다. 종래엔 마취 주사를 놓았지만 이제는 간단하게 마취 안약을 한두 방울 넣고 수술을 한다. 환자는 수술 직후부터 보행이 가능하며, 입원을 하지 않고 귀가한다. 다음날부터 세수ㆍ목욕ㆍ화장 등 모든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다.

오른쪽 모형은 정상 눈, 왼쪽은 백내장 모형으로 글자가 흐리게 보인다.


◆백내장과 노안을 동시에=과거 노안과 백내장 수술은 별개 치료였다. 백내장 수술을 받아도 가까운 곳을 볼 때는 돋보기를 써야 했다. 이런 불편한 점을 개선한 치료가 ‘레스토 렌즈 삽입술’이다.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이 레스토 렌즈는 원거리에만 초점을 맞춘 기존 인공 수정체와 구조가 다르다. 가까운 거리와 먼거리를 모두 볼 수 있어 노안 교정이 가능하다.

레스토 렌즈 표면에는 머리카락 두께 50분의 1에서 300분의 1 정도의 각기 다른 높이를 가진 12개의 동심원이 계단식으로 깎여 있다. 이곳에서 빛이 회절되며, 근거리와 원거리를 동시에 볼 수 있게 한다.

수술은 일반 백내장 수술과 같지만 결과는 노안까지 해결하니 일석이조다. 따라서 요즘에는 백내장 초기라도 레스토 렌즈를 이용해 노안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

레스토 렌즈는 실리콘 대신 아크릴레이트라는 연성 재질로 만들었다. 외국 임상 결과에 따르면 94%의 환자가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장비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레스토 렌즈의 도수를 측정하는 검사 장비다. IOL-매스터를 사용하면 기존에 다른 종류의 레이저 시력교정 수술을 받았던 환자까지도 정확한 도수를 측정해 안전하게 레스토 렌즈를 착용할 수 있다.

국제노안연구소 박영순 소장 아이러브안과 원장(www.eyeloveil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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