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산어장놀이 명백 끊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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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에∼ 지화자 좋다
칠산바다에 이물떼 꼬작에봉기를 질렀다
앞강에 뜬 배는 조기잡는배요
뒷강에 뜬 배는 조기싣는배라네
(중략)
들물에 전냥 썰물에 전냥
안아팎 꼽삶아이천냥 벌었다엇다 좋다
지화자 좋다
어화로다』
영광굴비로 이름난 전남령광군법성면 법성포에서조기잡이 어부들이 무사고와 만선을 기원하며 부르던 칠산뱃노래.
그러나 20여년전부터 법성포 칠산앞바다에서 조기떼가 사라지면서 칠산뱃노래를 흥겹게 부르던어부들의 모습과 더불어노래가락도 끊겼다.
풍어제에서부터 출항·만선귀항·굴비말리기에 이르기까지의 작업과정을 연츨하는 법성포 고유민속놀이인 칠산어장놀이마저도사라질 위기다.
칠산어장놀이가 벌어지는 시기는 법성포 칠산앞바다 조기어장이 형성되는음력 3월20일을 전후한곡우 (곡우) 무렵.
조기중에서 가장 맛이있다는 「곡우살이」 를 앞바다에 두고 어민들이 츨어에 앞서 돼지머리등 제물을 준비해 풍어제를 지낸뒤 농악대를 앞세우고마을로 돌아와 음식을 나눠 먹는 장면부터 놀이가시작된다.
이후 오색깃발을 꽂은어선들이 징·팽과리를 울리며 출항,칠산뱃노래를 부르며 조기를 잡아 만선의 기쁨속에 귀항하는 모습에 이어 동네 아낙네들이 조기의 배를 따 소금에절인 뒤 10마리씩 한 두름으로 엮어 해풍에 말리는장면에서 놀이는 끝나게된다.
『칠산어장놀이의 유래는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법성포가 정확히 1천년전인992년 고려 성종때 「조창」 으로 지정되었던 사실을 감안할때 수백년은되었을 것』 이라는 게 민속학자들의 공통된 의견.
이처럼 지방무형문화재로도 손색이 없는 칠산어장놀이가 자취를 감추게된 것은 70년대초부터.
법성포 앞바다로 조기가 회귀하지 않아 어장형성이되지 않으면서 어느샌가사라지고 말았다.
그뒤 86년 조남식 영광문화원장(61)과 한설천 영광국악협회장등 지역유지들에 의해 군민의 날 행사에서 한차례 재현되기는 했으나 군당국등이 예산부족을 이유로 놀이전승사업을 외면,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히 지난달 4일부터사흘동안 이곳 법성면에서열린 「영광법성포 개창 1전주년 기념및 단오제 행사」 에서는 굴비아가씨 선발대회등 흥미위주의 행사만이 개최됐을뿐 이굿 어민들의 민속신앙과 생업에대한 애착심·협동심등을 훌륭하게 묘사하고 있는 칠산어장놀이는 재현되지못했다.
조문화원장은 이에대해『당국은 굴비아가씨 선발대회와 같은 전시효과위주의 행사에서 벗어나천년을 이어온 향토문화를보존한다는 차원에서 칠산어장놀이 재현에 앞장서야할것』 이라며 『무형문화재로의 지정이 시급하다』 고 덧불였다.
【영광=구두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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