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때렸냐” 4명 30분간 구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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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03면

구속영장이 발부된 김승연 한화 회장이 12일 새벽 남대문경찰서로 가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로이터

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이 김 회장의 구속으로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경찰은 조직 폭력배가 가담한 사실을 보강 수사해 수사를 매듭지을 계획이다. 그러나 김 회장은 일부 폭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폭력배 동원이나 쇠파이프ㆍ전자봉 사용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앞으로 공방이 계속될 전망이다. 영장에 나타난 내용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해본다. 김 회장 변호인 측은 “심하게 맞았다고 주장하는 피해자의 진단서에 치료일수도 적혀 있지 않는 등 수사 내용이 의심스럽다”고 반박했다.

영장 통해 재구성한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전말

김 회장의 차남 동원(22)씨는 3월 8일 오전 7시 서울 청담동 G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도중 북창동 S클럽 종업원들과 시비가 벌어져 폭행당해 오른쪽 눈 주위가 찢어졌다. 김 회장은 이날 오후 5시 경호과장 진모(41ㆍ구속)씨에게서 이 같은 사실을 보고받고 직접 보복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어 비서실장 김모(51)씨, 경호과장 진씨를 통해 범서방파의 하부조직인 맘보파의 두목 오모(54)씨, 한화그룹의 하청업체 대표 김모(49)씨 등과 함께 범행 계획과 역할 분담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오씨 등은 부하들에게 ‘동원 지시’를 내린 뒤 G주점을 찾아가 영업사장에게 S클럽 종업원들을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오후 9시10분, 조모씨 등 S클럽 종업원 4명이 도착하자 동원된 폭력배들은 “무릎 꿇어. ××들아”라고 말하는 등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었다. 김 회장이 직접 “태워”라고 지시하자 폭력배들은 승합차에 종업원들을 강제로 밀어넣고 15.6㎞ 떨어진 경기 성남시 청계산의 빌라 신축 공사장으로 데려갔다고 경찰은 밝혔다.

9시 40분 김 회장 일행은 피해자들을 공사장 안으로 끌고 들어가 바닥에 무릎을 꿇게 하고 일부는 밖에서 망을 봤다. 그런 다음 김 회장이 나서 조모씨에게 “네가 내 아들을 때렸냐”며 주먹과 발로 온몸을 여러 차례 때린 뒤 주위에 있던 금속성 건축자재(쇠파이프)를 이용해 한 차례 조씨의 등을 때리고 전기봉으로 조씨의 머리와 김모씨의 목에 한 차례씩 전기충격을 가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분이 덜 풀린 듯 김 회장은 “너희들은 뭐했냐”며 종업원들의 얼굴ㆍ등을 주먹과 발로 10여 차례씩 30분 동안 폭행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 과정에서 아들을 때린 사람이 조씨가 아닌 다른 종업원이라는 것을 알고 김 회장 일행은 피해자 4명을 다시 차에 태워 밤 10시40분 북창동 S클럽에 도착했다. 경호과장 진씨가 추가로 동원한 비서실 직원들이 주점의 출입을 통제하는 가운데 김 회장은 “니가 애들을 시켜 내 아들을 때렸냐”며 주먹으로 다른 조모씨(클럽 사장)의 얼굴과 목을 세 차례 때렸다. 그리고 “내 아들을 때린 ×을 잡아야 하니까 종업원을 한 명도 빠짐없이 집합시키라”고 명령했다. 곧 이어 종업원 10여 명이 모이자 한 방에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공포 분위기에 견디다 못한 사장 조씨가 폭행한 종업원을 불러오자 김 회장은 “(네가 맞은 만큼) 너도 한번 때려보라”고 동원씨에게 말했다. 그러자 김 회장의 차남은 부동자세로 서 있는 종업원의 왼쪽 눈을 주먹으로 정통으로 때린 뒤 주먹과 발로 얼굴ㆍ정강이를 15차례 구타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보복 폭행은 다음날 0시 20분이 되어서야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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