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찍」보다 「당근」으로/공무원사기 진작방안 왜나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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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잇단 엄벌처방 성실한 다수 매도 역작용/포상 중심으로 인사관리… “선거용”시각도
「척결」「엄단」「문책」 등으로 수식되던 정부의 사정활동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있다.
부조리·비위색출과 처벌에 중점을 두어왔던 「공직자관리」가 솔선수범 공무원 발굴,하위직 사기진작 우선으로 방향선회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 업체방문 금지」「기관장 연대책임제」등 매질위주나 극약처방 또는 임기응변식의 강경대응만으로는 사정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사정관계 당국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특히 최근 대통령 임기말 권력누수 현상과 관련해 공무원사회 전반을 매도하는 여론과 이에 부응하는 매질 사정으로 성실하게 근무하는 대다수 공무원들의 사기가 현저히 떨어지고 이로인해 반발·명령체계 손상 등 오히려 역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충길정부합동특감 반장은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사회 전체의 흐름에 맞게 정부의 사정활동도 엄벌위주보다는 모범사례를 발굴,본받게 하고 긍정적인 처우개선 등 사기진작의 방향으로 선회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에 따라 부조리·비위에 대한 감찰사정은 계속 벌여나가되 사기진작 대책과 적어도 50대 50의 균형을 맞출 방침이다.
정부는 모범공무원의 표창·특진은 물론 민원처리 관련경비를 현실화 하고 소홀해지기 쉬운 중·하위직의 법정연년을 확실시 시행하며 불필요한 대기근무 지양으로 근무의욕을 높여나가기로 했다.
총무처는 이미 지난달 13일까지 실시한 「정부조직 일제진단」을 통해 조직·인력의 불필요한 요소를 파악해 일선기관에 부담을 주는 과중한 업무를 감축해 민원현장 중심으로 인력과 장비를 재배치 하는 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일선행정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제도·근무환경 쇄신이 비교적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평가를 사정의 방향선회에 크게 참고했다.
총리실이 최근 수집한 각종 「모범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청은 『웃음꽃 동사무소』라는 연극을 직원들이 연출·공연해 대민원인 태도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다. 경남지방 경찰청의 경우 교통위반차량 적발시 부인하는 운전자를 대화로 설득하는 요령에 대한 연습을 반복실시,단속태도 개선을 가져왔다.
법무부는 각 교도소에 민원인을 가장한 전화통화로 응답공무원의 친절도를 5,3,1점으로 구분평가해 우수공무원에 대한 표창으로 민원행정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사정방향 선회에 대해 일부에서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일시적인 공무원 무마용이 아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으로 보는 경향도 있다. 따라서 정부당국은 엄정한 모범공무원 선발사례 확산 등을 통해 공직사회의 의식과 분위기가 지속적으로 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도록 제도화 해야할 것이다. 단발성으로 그친다면 하지 않느니보다 나을게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각종 쇄신다짐대회 등 전시용 캠페인보다는 「안되는 일을 어떻게든 해보려는」사회일각의 그릇된 인식을 함께 치유하기 위해 사회단체 등과 연계해 「부조리추방」을 시민운동으로 발전시키는 대책이 마려되어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 국영기업체 임금수준의 90%선을 달성하겠다는 공무원 처우개선 공약의 실천 등 공무원 보수의 현실화와 「하순하전」의 대우원칙으로 대민행정의 주역인 중·하위직 공무원의 사기를 높여나가야 한다는게 공통된 지적이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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