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체 자료·금형도면 유출 수십 종 신차기술 내준 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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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현대.기아차그룹 전.현직 직원들이 유출한 기술은 기아차의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인 쏘렌토와 올 12월 출시 예정인 대형 SUV인 HM(프로젝트 명)의 차체 조립 및 검사 기준과 관련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자동차는 크게 ▶기본 골격인 차체(섀시) ▶파워 트레인으로 불리는 엔진.변속기 ▶제동.조향장치 ▶인테리어 부품인 의장 ▶전기장치인 전장(電裝)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차체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핵심 기술로 600여 개의 부품을 결합하는 공정이다. 자동차의 소음.진동.안전성.내구성 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자동차 업체들은 차체 관련 기술은 극비 문서로 보관한다.

강철구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차체 기술이 유출됐다면 자동차 생산 기술의 대부분이 유출됐다고 할 수 있다"며 "한 플랫폼(차체 뼈대)으로 여러 차종을 생산하는 현대.기아차의 시스템을 감안하면 수십 종의 신차를 만들 기술이 빠져나갔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HM과 관련해 검찰과 국정원이 적발해 낸 유출 자료에는 신차 품질 보증시스템과 품질 검사 업무 표준도 포함돼 있다. 이 문서에는 신차 기획부터 대량 생산까지 전 과정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다는 게 기아차의 설명이다.

서일대학 사종성(자동차학) 교수는 "금형 도면까지 중국 업체에 넘어갔다면 신차 개발 과정이 통째로 빠져나간 것으로 봐야 한다"며 "특히 소음과 진동을 차단하는 방음.방진 기술은 중국에 들어간 선진 자동차 업체들이 기술 이전을 극히 꺼리는 핵심 분야로 이번에 이 기술까지 유출됐다면 중국 자동차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만큼 파급 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HM은 현대차의 베라크루즈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한 차로 지난달 경영진 신차품평회를 마쳤다. 현대.기아차그룹의 최신 기술이 모두 담겨 있는 차라고 회사 측이 내세울 정도다.

현대.기아차 감사실 관계자는 "기술 자료가 모두 유출됐을 경우 2010년까지 3년간 중국에서 4조7000억원, 세계시장을 기준으로는 22조3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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