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남태평양 '녹색유전' 첫 삽을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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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토지 이관식에서 임성우 창해그룹 회장(오른쪽에서 셋째) 과 마이클 소마레 총리(오른쪽 끝)가 환영의 목걸이를 받은 뒤 웃고 있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파푸아뉴기니는 니켈.석유 등이 풍부한 나라다. 그래서 전 세계 자원 관련 기업들이 이 나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파푸아뉴기니는 국가의 미래를 카사바에 걸고 있다. 아예 나라 전체를 '카사바 왕국'으로 만들 태세다. 카사바는 고구마와 비슷한 식물이다. 술의 원료나 바이오 연료로 사용하는 에탄올을 추출한다. 지베 코키노 사사 농림부 장관은 "파푸아뉴기니는 유휴지가 많기 때문에 산림을 훼손하지 않고도 카사바를 많이 재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현지인들이 '카사바'하면 반드시 떠올리는 단어가 '창해'다. 바로 한국의 창해그룹를 말한다.

지난달 19일 수도 포트모르즈비에서 북쪽으로 100㎞ 정도 떨어진 센트럴주(州) 보레에서 토지 이관식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엔 마이클 소마레 총리가 직접 참석했고, 라디오로 전국에 생중계될 정도로 국가적 행사였다. 창해는 이곳 토지 2만㏊(여의도의 약 24배)를 40년간 무상 임차해 카사바 농장을 조성한다.

창해는 2005년 3월 현지 정부와 계약을 했다. 바이오 연료 사업을 20년간 독점하고, 재배용 토지를 최소 40년간 빌리는 게 골자였다. 이 계약에 따라 카사바 사업이 본격화한 것이다.

창해의 카사바 농장은 이곳을 포함, 모두 5만여㏊다. 창해는 올해 안으로 20만㏊로 농장을 넓힐 계획이다. 이 정도라면 1년 안에 191만t의 카사바와 47만㎘의 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다. 임성우 창해그룹 회장은 "가능한 한 많은 토지를 갖는 게 바이오 연료 사업에서 필수적이다.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생산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창해는 파푸아뉴기니에서 확보 가능한 토지를 최대 400만㏊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중국.일본의 에탄올 수요를 맞출 수 있는 규모다. 앞으로 시장상황을 봐 바이오 디젤(디젤을 대체하는 식물성 기름) 작물도 재배할 예정이다.

현재 창해그룹의 에탄올 생산 능력은 연간 최대 8만㎘. 현지에 연간 20만㎘ 규모의 에탄올 생산 공장을 5개 정도 건설할 계획이다. 파푸아뉴기니 정부는 현지에서 특혜 논란이 일 만큼 창해그룹에 혜택을 줬다. 2005년 범정부 차원에서 '카사바 위원회'를 만들어 창해의 사업을 돕고 있다. 지난해 토지 개혁을 했다. 국토 97%가 부족 소유라 창해가 토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파푸아뉴기니 정부는 올 2일 '농업 개발 1차 10개년 계획' 시범 사업으로 카사바를 선정했다. 창해는 한국의 새마을운동과 농협을 모델로 파푸아뉴기니 농촌에 협동조합을 조직하고 유지하는 일을 맡았다. 그 대가로 올해 3000만 키나(약 100억원)의 지원 자금을 파푸아뉴기니 정부로부터 받는다. 임 회장은 "이 사업을 창해와 파푸아뉴기니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농업 개발 모델로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포트모르즈비(파푸아뉴기니)=이철재 기자

◆창해그룹=보해양조의 창업주 고 임광행 회장의 둘째 아들인 임성우 회장이 2003년 만든 에탄올 전문 그룹. 창해에탄올.창해엔지니어링.창해인터내셔널 등 5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그룹 매출은 859억원, 순익 68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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