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 진출 미­일 공동보조/전택원특파원 프놈펜 4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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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 군사­일 경제로 역할분담/크메르루주 무장해제가 평화열쇠
프놈펜시에서 실감되는 것은 미국과 일본이 장기적 계획아래 캄보디아에 진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대 캄보디아 정책의 기본이 될 방대한 「최초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90년 6월. 유엔의 활동으로 포장돼 있지만 캄보디아 문제해결의 주역은 사실 미국이었다.
미국이 캄보디아에 대한 무역통제를 지난 1월 해제한 것도 「최초보고서」에서 이미 예정돼 있던 일.
이와 함께 일본조사단의 캄보디아방문이 본격화된 것도 궤를 같이 한다.
일본은 지난 1월 각 부처에서 사무관급 실무자 4백명을 선발,캄보디아에 파견했고 사태변화에 예리한 후각을 가진 일본언론들도 지난해 11월이래 42명의 기자가 이곳을 찾았다. 그들은 지금까지 떠나지 않고 상주하고 있다.
일본은 캄보디아 요인·관리들의 초청도 계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캄보디아 실세 훈센총리를 동경에 초청하여 일본 자위대파병을 논의한 것은 지난해 4월. 이로부터 캄보디아 4개 파벌의 대표들이 빠짐없이 동경을 다녀갔고 최근에는 캄보디아 장·차관들의 일본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흐름가운데 지난 4월 일본인 아카시 야스시(명석강)가 캄보디아 유엔과도행정기구(UNTAC)대표로 부임한 것은 캄보디아 현지분위기가 일본페이스로 넘어간 시점으로 보인다.
결국 일본은 1년 남짓 사이에 현지조사를 완료하고 올 9월의 자위대파견,내년 상반기 총선실시 일정에 맞춰 잔뜩 당겨진 활 시위처럼 본격 진출할 태세를 마무리한 것이다.
이같은 일본의 캄보디아 진출에는 미국이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
74년 베트남전 패배이후 이 지역으로 롤백하려는 미국은 일본의 자금력과 동남아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일본을 선발대로 이용하려는 것이다.
미국의 캄보디아문제 접근방식은 정치력을 위주로 하면서 군사력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그것이 캄보디아 파벌들간의 평화협정·총선,그리고 새로운 친미 「민주정권」의 유엔가입이다.
미국의 캄보디아 본격진출은 따라서 총선이후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이 베트남에 앞서 캄보디아에 대한 무역규제를 푼 것은 베트남에 대한 「원한」도 있지만 인도차이나 진출에 캄보디아 평화구조 정착을 선결문제로 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크메르 루주 대표 키우 삼판이 지난해 12월 평화협상 참석을 위해 프놈펜에 나타났다가 시민들의 돌세례를 받고 구사일생으로 달아난 바 있다.
그런 키우 삼판이 다시 프놈펜으로 돌아와 캄보디아 최고민족회의(SNC)에 참여하고 있다.
『만약 어느 파벌이라도 평화정착에 응하지 않거나 방해할 경우 미국은 해병대 10만명을 동원,캄보디아 무장세력을 일거에 제거하겠다.』
키우 삼판이 한사코 평화협정에 매달린 것은 그가 모종의 경로를 통해 미국의 이같은 위협을 현실적인 것으로 받아들인 때문이었다.
UNTAC대표 아카시가 『무장해제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로부터 발생하는 사태에 대해 우리는 책임을 질 수 없다』고 한 것은 일본 자위대를 끌고와 혼내주겠다는 뜻이 아니다.
무장해제가 곧 자체소멸이 될 크메르 루주의 저항을 지켜보며 아카시는 지난해 연말 그 효과가 입증된 미국의 「군사카드」를 슬며시 비춘 것이다.
이른바 냉전질서 해체이후 세계신질서 창출과 관련해 일본은 경제력,미국은 군사력으로 상호역할을 분담하면서 인도차이나 진출에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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