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 인기있는 별난 음료/「정주영 홍차」「전두환 주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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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누가 마신다” 소문듣고 너도 나도/약효증명 안됐는데도 “혹시나”
「정주영 홍차」「전두환 주스」.
75년 당시 「신비의 영약」으로 알려져 한때 일본·한국에서 선풍을 일으키다 사라졌던 「홍차버섯」이 17년만에 「정주영홍차」로 둔갑,서울 강남지역 일부 주부들 사이에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두어달전부터 정주영국민당대표 일가족이 러시아의 장수마을인 코카서스지방 인근에서 가져온 약초를 홍차에 타 건강음료로 마신다는 소문이 일부 주부들 사이에 퍼지면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남편을 위한 아내의 선물」로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해파리 또는 버섯처럼 생겨 보통 버섯이라고도 불리는 이 약초는 실상 식물도 아니고 유산균과 유사한 것으로 홍차물에서 계속 자라 아는 사람들을 통해 개인적으로 분양되는 실태.
서울 목동아파트 단지에서는 한달전쯤부터 반상회 등을 통해 이 약초가 퍼져 이미 많은 주민들이 건강음료로 복용하고 있으며 강남일대 주부들 사이에서도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주부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이 홍차의 약효는 암을 예방해주고 궤양·변비·동맥경화·신장병 등을 치료해주는 치료효과 외에도 노익장을 과시하는 정 대표의 이미지가 암시(?)하는 「정력강화」까지 포함돼 있어 남편을 위한 필수(?) 복용차로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 대표 일가가 복용한다는 사실이 다소 신뢰감을 주고 있을 뿐 의학적으론 약효가 증명된 바가 없다.
「정주영홍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식힌 홍차에 분양받은 약초를 넣어 그늘에서 보름정도 발효시킨후 아침·저녁으로 한 컵씩 마시는데 특유의 시큼한 맛때문에 비위가 여간 좋지않으면 며칠 안돼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복용자들의 설명이다.
남아프리카 원산인 구아바 열매로 만든 「세레스」라는 과일주스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즐겨 마시며 위장에 좋다는 소문이 퍼져 역시 일부 주부들이 찾고 있다.
수입품인 이 음료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 전체 판매는 부진한 편이나 「전두환주스」로 알고 있는 몇몇 주부들이 비타민·철분이 풍부하고 위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이 음료를 오렌지주스 대용품으로 찾고 있다는 것이다.<손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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