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중견기업] 대한방직 - "한·미 FTA는 호재 중의 호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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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석 사장은 ‘방직업은 여전히 이익을 내는 중요한 사업’이라며 "세밀한 원가관리로 생산성을 끌어올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오종택 기자]

방직업체들은 1960,70년대 우리 경제의 주역이었다. 90년대 이후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직물 원사부터 직물까지 만드는 방직업체들은 성장의 한계에 부닥쳤고, 사업다각화로 눈을 돌렸다. 경방은 서울 영등포 상권에 초대형 복합쇼핑몰을 짓고 있고, 일신방직은 영화에 투자하는 일신창투와 와인 수입업체인 신동와인 등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회사 설립 54년째인 대한방직은 90년대 초 금융사업에 뛰어들었다. 아세아종금.중부생명 등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시작했던 금융업체는 외환위기로 부실덩어리로 전락했고, 대한방직의 발목을 잡았다. 금융 계열 보증 부채도 엄청났다. 그래도 대한방직은 쓰러지지 않았다. 서울.대구.전주 등지에 알짜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 자산이 많기로 유명했던 이 회사는 서울 여의도 본사부터 수원.대구 공장부지를 팔아 2005년엔 자체 힘으로 금융 계열 부채를 모두 정리했다.

오랜 시련을 견뎌낸 대한방직은 '이제 더 이상 추락은 없다'며 제2창업에 나섰다. 대한방직은 새 기수로 지난해 6월 삼성자동차 기획실 출신인 이남석(44) 사장을 영입했다. 연세대 경영학과와 뉴욕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의 이 사장은 삼성그룹 비서팀에서 일하다 2002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지난해 3월 경영학박사를 받고 대한방직에 부사장으로 합류했고, 올 3월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사주 3세인 설범(49) 회장은 이 사장을 영입하면서 회사 정상화와 신규 사업 등 경영 전권을 위임했다.

이 사장은 "방직업은 산업구조 변화로 분위기는 침체돼 있지만 세밀한 원가관리로 이익을 내는 구조를 갖췄다"며 "대체할 다른 사업을 찾더라도 방직업은 여전히 이익을 내는 중요한 산업이라 버릴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방직이 지금까지 버텨온 힘은 본업인 방직에서 나왔다. 중국 등의 거센 도전으로 성장이 주춤했지만 꿋꿋하게 이익을 내며, 회사를 지켜온 것이다. 지난해엔 경상이익이 적자였지만 이는 장기 임대 계약이 끝난 대구 공장을 대구시에 기부채납한 비용 때문이고, 영업이익은 흑자였다. 본업인 방직업으로 단순화한 뒤 경영상태는 안정이 됐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호재 중의 호재다. 대한방직은 내수와 수출 비중이 35 대 65로, 수출의 90% 이상이 북미 시장이라 한.미 FTA의 최대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또 90년대 후반 중국 칭다오(靑島)에 지은 연산 6600만t 규모의 방직.염색 공장은 수출 기지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대한방직의 제2창업은 이미 시작됐다. 새로운 발전 기반은 역시 사업다각화다. 올 3월 대한방직은 미국 패션.의류회사 찰스 놀란 어패럴에 지분 전액(37억여원)을 출자했다. 미국에서 중상층을 대상으로 하는 의류 제조업체다. 유명 패션 디자이너의 기술과 대한방직의 자금력, 원자재 생산 능력을 접목해 미국 고급 백화점을 우선 공략하고 시장을 넓혀나갈 예정이다. 3년 내 매출액 3000만 달러에 순이익 300만 달러를 올리는 회사로 키우는 게 목표다.

이 사장은 "패션사업과 방직과 관련이 거의 없어 비관련 업종 다각화로 보면 된다"며 "사업다각화로 많은 시련을 겪었지만 그래도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사업다각화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방직의 사업다각화 방향은 '제조업'이다. 이 사장은 "한 때 금융업 등 다른 업종으로 진출을 꿈꿨지만 역시 대한방직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제조업"이라며 "중견 제조업체들을 인수합병해 제조업 전문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내부조직에도 변화를 줄 계획이다. 인수합병(M&A) 등 신규사업을 추진하려면 내부 조직 정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 구성원 간 수평적.수직적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조직을 만들겠다"며 "인위적인 인원감축과 같이 사기 저하로 이어지는 조직개편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수합병을 해 파이를 키우더라도 내부 인력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얘기다.

3000억원대의 가치가 있는 전주 공장(6만7000평) 활용 계획도 연내 마련한다. 공장 부지의 자산가치가 높아 새로운 용도로 활용하고 생산 설비는 가까운 공단으로 옮기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사장은 "비용절감과 M&A 등을 통해 올해는 흑자를 내고, 2010년 매출 5000억원, 2015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tjkim@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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