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비트] 푸투마요 10주년 기념앨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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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의 어느 계곡 이름을 빌린 '푸투마요(Putumayo)월드뮤직'은 겨우 10년밖에 안 된 회사지만, 월드뮤직 계에선 손꼽히는 명문 음반사다.

'당신을 기분 좋게 해드립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시작한 이 회사의 창립자이자 오너인 댄 스토퍼는 본래 뉴욕에서 푸투마요라는 의류매장을 운영했다.

주로 전 세계 각지의 이국적인 의류와 수예품을 취급하던 이 매장은 전설적인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와 베티 데이비스를 비롯해 제인 폰다.다이앤 키튼.앤디 맥도웰.미아 패로 같은 당대의 인기 여배우들이 즐겨 찾던 뉴욕의 명물이었다.

'푸투마요 룩(Look)의 창시자' 댄 스토퍼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마련된 것은 1991년 어느 여름날이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공원에서 열린 나이지리아 그룹 코토야(Kotoja)의 공연을 보고 그는 강렬한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때부터 스토퍼는 월드 뮤직에 매료됐으며, 이 관심은 '푸투마요 월드뮤직' 설립으로 이어졌다. 1993년 4월 첫 앨범을 발매하며 시작한 이 음반사는 불과 4년 만에 빌보드지로부터 '최고의 독립 월드뮤직 레이블'로 선정됐다.

푸투마요는 나라와 지역을 두루 아우른 꼼꼼한 선곡으로도 유명하지만, 이 음반사의 가장 큰 공로는 대중과 월드뮤직 간의 거리를 한 뼘 더 가깝게 만들었다는 것으로 꼽힌다.

각각 설득력 있는 주제로 꾸며진 푸투마요의 모음집은 무엇보다 친근하게 다가오고 월드뮤직이 무엇인지 균형있게 전해준다. 모두 종이커버로 제작되는 앨범 재킷, 거기에 그려진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그림들은 음반의 소장가치를 높여준다. 이렇게 기획과 음악.재킷의 3박자를 두루 갖추면서 푸투마요는 명문 레이블로 성장해 왔다.

'푸투마요 월드뮤직 10주년 기념앨범'은 제목처럼 푸투마요 레이블의 지난 10년을 결산하는 앨범으로 이 음반사의 지나온 발자취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오늘날의 푸투마요를 있게 한 코토야를 필두로 남아공의 세계적인 밴드 레이디 스미스 블랙 맘바조, 서부아프리카 베넹이 낳은 월드스타 안젤리크 키조, 개성으로 똘똘 뭉쳐진 브라질의 시쿠 세자르, 뉴욕의 라틴음악 스타 치코 알바레스 등이 참여했으며, 아랍음악.켈틱음악.자이데코(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의 전통음악).레게까지 전 세계의 다양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월드뮤직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고마운 길잡이, 애호가에게는 맛볼 것이 풍부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음반이다.

송기철<대중음악평론가.mbc-fm'송기철의 월드뮤직'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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