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자유구역] '글로벌 스탠더드' 맞게 규제 확 풀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해외 언론에 소개됀된 인천경제자유구역 기사.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 국제업무지구에는 151층 인천타워 건설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건설이 가능할지 의문시되고 있다. 대통령령인 ‘주택건설 기준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호텔 등의 숙박시설과 주택이 함께 들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인천타워는 미국 포트먼 그룹과 삼성물산·현대건설이 주축이 된 포트먼 컨소시엄이 110억 달러를 투자해 연건평 16만 평, 높이 600여m의 빌딩에 오피스·호텔·상업시설·아파트 등을 함께 짓는 프로젝트다. 그러나 아파트를 함께 짓지 못할 경우 수익성 문제 때문에 인천타워 계획 전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따라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청과 관련 기업들은 법규를 고치려고 애를 태우고 있다.

 세계 대도시들에서는 고층일수록 복합 용도로 짓는 것이 큰 흐름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이와 관련한 법적인 규정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복합 용도를 규제하는 내용의 법령이 많은 형편이다. 복합 용도의 건물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같은 건물에 오피스·호텔·아파트 등이 들어서면 비즈니스 출장이나 컨벤션 등에 편리할 뿐 아니라 주거와 직장의 근접성이 확보돼 교통 유발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밤이면 텅 비는 오피스 타운의 문제점을 없애고 24시간 움직이는 건물과 지역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동북아 허브 도시’를 목표로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한편에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차이가 나는 법령 등 각종 규제로 인해 발목이 잡히는 사례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한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외국 기업인 A사는 지난해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사업승인을 받는 데 17개의 인허가 절차를 밟느라 9개월 만에 사업승인을 받았다. 승인 뒤에는 또 다른 규제에 묶여 지금까지 착공조차 못 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청이 원 스톱 서비스를 내걸고 있지만 실제 현상은 이렇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올 1월 말 송도개발유한회사(NSC)와 3억5000만 달러의 투자계약을 맺은 미국의 모건스탠리사는 아직까지 1차로 약속한 1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지 않고 있다. 65층짜리 동북아무역센터와 패키지로 계약한 아파트 분양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최근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부동산대책이 연달아 나오면서 경제자유구역에 짓는 아파트에까지 분양가상한제나 분양가 원가공개 등이 적용되어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월 국회 예산정책처가 인천, 부산·진해, 광양 등 3대 경제자유구역청에서 일하는 330명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 추진실적 평가가 100점 만점에 52.8점으로 나타났다. 외부인의 평가가 아니라 해당 업무를 맡고 있는 담당 공무원 스스로 내린 평가다. 조사는 추진사업 6개 분야에 대해 실시됐다. 대한상공회의소 황동언 기업애로종합지원센터팀장은 “국내 경제자유구역이 중국·싱가포르에 비해 여전히 규제가 심하고 외국인 학교나 병원 등 서비스 여건이 불리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상하이 푸둥의 경우 외국인 학교가 9개, 외국 합작병원이 16개다. 2005년 푸둥에 투자된 금액은 56억 5000만 달러에 달한다. 두바이 제벨알리는 세금이 아예 없을 뿐 아니라 외국인 학교는 79개나 된다.  

서울대 최막중(환경대학원) 교수는 “경제자유구역의 초심은 ‘경제치외법권지역’을 만들자는 것이었다”면서 “비록 무관세, 무비자, 무노동쟁의, 영어공용화, 외국 통화의 자유로운 송금 등과 같은 초기의 이상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세계기준(global standard)에 맞출 정도는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경제자유구역에서의 모든 개발행위가 여전히 국내법에 의한 지방자치단체의 결정에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수도권 과밀억제를 위한 수도권정비계획의 감시를 받고 있으니 투자 유치가 쉽겠냐”고 꼬집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처음 의도한 것처럼 동북아의 거점 도시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외국 기업뿐 아니라 국내 기업에까지 획기적인 지원을 하는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혜경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