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이 따로 없다-이동통신 특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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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얼마 전 인기리에 개봉됐던 미국영화 『다이하드2』를 본 관객이면 누구나 기억할만한 인상깊은 장면이 하나 있다. 공중납치 된 여객기 속에서 방송기자가 휴대용 전화기를 통해 현장상황을 생중계 하는 대목이 바로 그것.
이동통신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도 이쯤 되면 막연히 나마 그 막강한 위력을 느낄 수 있다. 만화 같은 얘기가 아니라 실제 미국·유럽에서는 이미 실용화되고 있는 공대지 이동통신서비스의 한 단면이다.
이동통신은 이처럼 공간적 제약을 깨버린다. 유선전화 등 종래의 「고정통신」이 지정된 장소에서만 통신이 가능한데 방해 이동통신은 궁극적으로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손쉽게 교신할 수 있게 한다. 이동통신서비스가 고도화될 2000년대의 사회상은 지금과는 전혀 딴판이다. 우선 대다수 비즈니스맨들은 사무실이 필요 없다. 이동통신 전화와 휴대용 컴퓨터 등으로 집안은 물론 차안이든 다방이든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비싼 임대료를 물고 사무실을 갖출 까닭이 없다.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인해 거래처와의 시간약속을 못 지켜 애태울 일도 없다. 만나지 않고도 차안에서 단말기 화면을 통해 상대방을 보고 서류를 전송해가며 상담을 할 수 있는 것.
못된 짓을 일삼는 치한들은 발 불일 곳이 거의 없어진다. 위험에 처했을 때는 주머니 속에서 전화기를 꺼내 비상단추 하나만 누르면 즉각 경찰서와 통화가 가능하고 순식간에 경찰이 출동한다.
군대에서는 잡음 많고 송신거리에 한계가 있는 각종 무전기가 골동품으로 진열된다. 야전에서 모든 작전지휘는 군사용 이동통신시스팀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미 걸프전 때 미군이 이를 최초로 활용, 톡톡히 재미를 봤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이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지금은 삐삐·차량전화·휴대용 전화가 이동통신의 주종을 이루고 있고 서비스수준도 걸음마 단계지만 음성서비스 외에 데이터와 화상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종합적인 이동통신서비스가 최근 선진국에서 개발단계에 들어갔으며 인공위성을 이용한 이동통신으로 세계 어디든 단말기 하나면 연결되는 시대도 멀지 않은 장래에 실현될 전망이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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