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가치 소멸될까 위기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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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노무현 대통령이 8일 청와대를 방문한 호콘 망누스 노르웨이 왕세자와 녹지원에서 가벼운 환담을 마친 뒤 오찬 장소인 상춘재로 향하고 있다.안성식 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당적을 버렸다. 그런데도 열린우리당 해체론만 나오면 참을 수 없어 하고 이를 공격한다. 김근태 전 의장이 "당적 없는 대통령은 자숙하라"고 8일 반격했을 정도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에 왜 이토록 애착을 갖는 것일까.

청와대 참모들은 그 이유를 노 대통령의 정치 인생에서 찾는다.

노 대통령은 호남에 지역 기반을 둔 정당(김대중 총재의 민주당)에서 영남 정치인이 갖는 한계를 누구보다 절감했다. 2002년 민주당 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됐지만 구 민주당 인사들이 주축인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의 후보 교체론에 시달린 것을 악몽처럼 기억하고 있다.

그런 노 대통령에게 '지역주의 타파'를 창당 정신으로 내건 열린우리당은 전국 정당이라는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7일 김근태.정동영 전 의장을 비판한 글에서도 "열린우리당의 창당 정신은 정치인 노무현이 20년간 온갖 희생을 무릅쓰고 매진해 온 가장 소중한 가치"라며 "하도 간절해 정치적 목표를 넘어 삶의 가치가 돼 버렸다"고 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탈당한 뒤에도 열린우리당 해체론에 대통령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친노 인사들은 '노무현 가치의 소멸'에 대한 위기의식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현재의 정치 상황을 감안할 때 당이 해체되면 2002년 대선 이전의 지역 구도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해체는 범여권에서 '영남세의 소멸'로 이어질 수 있고 '영남=한나라당, 호남=범여권'이란 지역 대결 구도가 재등장할 것을 우려한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 대해 노 대통령은 "정치인 노무현의 꿈이 흔들리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런 위기의식은 지역 중심으로 12월 대선을 보려는 시각을 비판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노 대통령은 "지역 정치는 호남의 소외를 고착시킬 것", "상대가 분열하지 않는 한 호남-충청의 지역주의 연합론은 환상"이라고 규정했다.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12월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와대 비서실은 7일 "대통령은 심정적으로 열린우리당의 절차를 거쳐 선출된 후보를 지지하고 성원한다. 정상적 과정으로 통합신당이 만들어지면 거기서 선출된 후보를 지지할 것이다. 또 후보 단일화로 새 후보를 선출한다면 그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정무팀은 8일에도 "대통령이 우려하는 건 무책임한 당의 해체나 탈당"이라며 "대통령은 당 지도부와 다수 의원이 추진하는 질서 있는 통합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승희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노 대통령 "레임덕 얘기 들어갔다"

노무현 대통령은 8일 "정부 내부의 레임덕(임기 말 대통령의 권력 누수 현상)은 별로 없다"며 "레임덕 얘기가 한창 나오고 (남북)정상회담도 하지 마라, 정책 발표도 하지 마라 하더니 지금은 좀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레임덕은 정치적인 협력이 되지 않는 것으로부터 나온다"며 "돌이켜 보면 참여정부의 정책 추진이 거의 다 계획대로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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