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외교안보팀 줄줄이 떠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팀 관리들이 줄줄이 사퇴하고 있다. 지난 6개월 사이 줄잡아 20명이 행정부를 떠났다. 이로 인해 부시 대통령의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전임자들에 비해 6개월 이상 앞당겨졌다고 AP통신이 8일 보도했다.

◆ 탈출 러시=특히 백악관 외교안보팀의 탈출 러시가 뚜렷하다. 백악관의 경우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잭 크라우치가 지난주 사임한 것을 비롯해 이라크를 담당해 온 NSC 부보좌관 메그헌 오설리반, 러시아 담당 톰 그레이엄 국장, 동아태 담당 빅터 차 보좌관이 지난달 잇따라 물러났다. 국방부에선 도널드 럼즈펠드 전 장관에 이어 그의 오른팔인 스티븐 캠본 정보국장과 프랜시스 하비 육군장관, 피터 로드먼 안보담당 차관보, 리처드 롤리스 아태 차관보 지명자가 사퇴했거나 곧 물러날 예정이다.

국무부는 총 12명이 사퇴해 더욱 상황이 심각하다. 부장관급인 랜들 토비아스(65) 국제개발처(USAID)장이 성추문 스캔들로 지난주 전격 사임한 데 이어 부시 행정부 1기 당시 백악관에서 최연소 인사국장을 지낸 디나 하비브 파월 교육.문화담당 차관보가 3일 골드먼삭스 상무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또 조셋 시랜 경제사업농업담당 차관, 배리 로언크론 민주주의인권노동담당 차관보, 스티븐 크래스너 기획국장, 리처드 하스 전 정책기획국장.존 힐런 정치군사담당 차관보, 헨리 크럼턴 테러 퇴치 조정관, 도널드 엔세나트 의전국장 등이 잇따라 물러났다. 이에 앞서 올 초에는 로버트 조셉 군축비확산 차관보와 존 볼턴 유엔 대사가 사퇴한 바 있다.

◆ 대북 정책에도 영향 가능성=백악관은 후임자를 찾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또 조지 테닛 전 중앙정보국(CIA)장.리처드 하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국장.볼턴 전 유엔 대사 등은 현직을 떠난 뒤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와 대북 정책 등을 강력 비판하고 있어 백악관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 충성파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의 외교 정책은 수명을 다하고 있는 게 뚜렷하다"고 폴 라이트 뉴욕대 교수(행정학)는 분석했다.

외교안보팀의 공백이 커지면서 최대 현안인 이라크 사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또 빅터 차 등 대북정책 변화를 주도했던 백악관 참모들이 떠나면서 부시 대통령의 대북정책도 협상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왜 떠나나=딕 체니 부통령이 2008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게 확실해 부시 정권의 관료조직 장악력이 약화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또 출구가 보이지 않는 이라크 문제에 더 이상 휘말리지 않겠다는 관료적 타산도 작용했다.

공화당이 부시 대통령에 노골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도 관리들의 탈출 러시를 부추기고 있다. 3일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 토론회에 참석한 대권 주자들은 부시 대통령에 대해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