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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바루기] 가늠/가름/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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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ㄱ. 사망 또는 결격된 자에 가름하여 상속인이 된 자의 상속분은 사망 또는 결격된 자의 상속분에 의한다.

ㄴ. 이번에 지는 팀은 재기하기가 어렵다. 선수 여러분은 이 경기가 올 한 해 농사를 가늠한다고 생각하고 전력을 다해 주길 바란다.

위 예문에서 보듯 '가름하다' '가늠하다' 는 헷갈리기 쉬운 단어들이다. '가름하다'는 '사물이나 상황을 구별하거나 분별하다'란 뜻이다. 즉 이쪽과 저쪽을 나누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 실수가 그날의 승패를 가름했다" "사과를 하는 게 나을지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나을지 가름하기 어려웠다"처럼 쓸 수 있다. '가늠하다'는 "어떤 것을 짐작해서 헤아려 보다"란 뜻이다. "그는 그 도랑을 뛰어서 넘을 수 있을지 가늠해 보았다" "외국인의 경우 얼굴로 나이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처럼 쓰인다.

가늠하다, 가름하다 외에 '갈음하다'도 있는데 이는 '다른 것으로 바꾸어 대신하다'라는 뜻이다. 예를 들면 "부상으로 빠진 그를 갈음할 만한 선수가 없다" "옛날에 찍은 사진을 보여 드리고 싶었지만 잃어버려서 이 사진으로 갈음합니다"처럼 쓸 수 있다.

ㄱ의 경우는 '죽었거나 자격이 없어진 사람을 대신해 상속받는'이란 뜻이므로 '갈음하여'로 써야 하고 ㄴ은 이번 경기에 따라 올 한 해의 성적이 좋은 쪽, 또는 나쁜 쪽으로 갈린다는 뜻이므로 '가름한다'로 쓰는 게 문맥에 맞다.

김형식 기자

*지나간 '우리말 바루기'기사는 『한국어가 있다』는 책으로 출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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