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순찰차로 사고 예방|남양주서 고물차 3대 개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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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부족한 인원과 장비로 넓은 지역의 교통을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교통사고 줄이기에 골머리를 앓다가 생각해냈죠.』
경기도 남양주경찰서가 빈발하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폐차직전의 승용차를 교통순찰차와 똑같이 색칠하고 경광등까지 설치한 무인순찰차 3대를 관내 사고다발지역에 고정 배치해 눈길을 끌고 있다.
경기도 구리, 미금시와 남양주군을 관할하는 남양주경찰서의 담당구역은 서울에서 춘천·양평 방면으로 가는 교통의 요충지로 하루평균 30만대(주말 60만대)의 차량이 통과하고 총 도로연장이 2백52km에 달한다.
이에 비해 인원·장비는 교통계 직원 8명과 순찰차 1대에 불과, 지난해에만 관내에서 교통사고로 1백79명이 목숨을 잃는 등 경북경주경찰서에 이어 교통사고 전국2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김정찬 서장(43)의 아이디어로 10일부터 「업무」에 돌입한 「가짜」순찰차는 앞좌석에 경찰복장을 한 마네킹을 앉혀 놓고 사고다발지역에 정차한 채 지나는 차량에 「진짜」인 것처럼 겁(?)을 줘서 법규위반을 사전에 막도록 고안되었다.
폐차직전의 고물승용차 3대를 70여만원씩에 구입, 순찰차와 똑같이 치장해 가까이서 봐도 운전자들이 감쪽같이 속는다는 것.
모란공원입구·밤섬유원지앞 등 관내 9군데 사고 다발지역에 돌아가면서 24시간씩 배치되며 낮 시간엔 직원1명이 훼손방지와 교통감시를 위해 관리한다.
정식순찰차 1대를 운영하는데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4명의 경관이 필요한데 비해 「가짜」를 이용하면 일과시간동안만 1명이 필요해 효과에 비해 인력도 크게 절감되는 셈.
『나흘간 운영해 보니 벌써 시야에 보이는 지나는 차들의 과속·추월 등 법규위반이 눈에 띄게 줄고 있습니다.』
13일 오후 3시 미금전화국 앞에 배치된 차를 돌아보던 박태중 교통계장(44)의 말.
『본격 휴가철을 맞아 상당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월 단위로 시행결과를 분석해 효과가 좋으면 자동차수를 10대까지 늘릴 예정입니다.』
김 서장은 많은 인력과장비가 절감되는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교통사고 전국2위의 불명예를 씻어버리겠다고 말했다. <윤석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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