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플 제외' 혼란에 빠진 외고 입시 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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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요즘 골치가 아프다. 입시에서 토플 반영제외 방침이 정해졌지만 정작 이를 대체할 대안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토플을 대체할 국산 영어인증시험의 개발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학원가 등 교육일선에선 기존에 시행중인 영어인증시험의 외고 입시 반영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중앙일보 프리미엄은 토플을 대신할 영어인증시험으로 주목받고 있는 토익(TOEIC), 텝스(TEPS), 플렉스(FLEX), 토셀(TOSEL)에 대해 짚어봤다.

◇토익(TOEIC)
'Test of English for International Communication'의 약자로 미국교육평가위원회(ETS)가 상업 및 국제공영어로서의 영어 숙달정도를 측정키 위해 개발한 시험이다.
주로 일상생활, 특히 비즈니스 수행에 필요한 영어 사용 능력을 측정·평가한다. 토플이 학업수행에 필요한 어휘·문법·독해 위주의 평가시험이라면 토익은 청취력(듣기)을 중시하는 시험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는 1982년 처음 도입돼 현재 각 기업과 언론계 등에서 채용시험으로 채택되고 있다. 200문항으로 듣기와 독해평가가 반반씩이다. 만점은 990점. 지난 해 5월에는 일부 유형을 변경한 새로운 토익(New TOEIC)이 실시되기도 했다. 지문이 길어지고 국제업무환경에 필요한 다양한 발음과 액센트가 반영돼 비즈니스 영어활용능력에 대한 평가가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다.
토익은 토플을 대체할 인증시험으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입시학원들이 토플과 토익을 동시에 준비시키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비즈니스 및 상업에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 학생들의 영어능력평가엔 적절치 못하다는 점이 단점이다. 말하기와 쓰기 능력을 평가받기 위해선 'TOEIC S&W'시험을 별도로 응시해야 한다는 점도 번거롭다.

◇텝스(TEPS)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구 어학연구소)이 개발한 토종 영어능력평가시험이다. 'Test of English Proficiency developed by Seoul National University'의 약자. 현재 80여회의 시험이 치러졌고 2003년 교육인적자원부의 공인을 받았다.
국내외 유수 대학 100여명의 영어관련 전문가가 출제하고 세계적인 권위자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검토한다. 국내·외에서 치러진 시험적 평가에서 이미 신뢰도와 타당성을 검증 받았다. 청해·문법·어휘·독해에 걸쳐 200문항 990점 만점으로 구성된다. 시험시간은 2시간 20분.
성적표는 수험생의 영어능력을 영역별로 세분화 해 부족한 부분과 장점을 파악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영어공부 방향을 세울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외고가 영어우수자 전형 지원자격의 하나로 TEPS성적을 인정하고 있다. 영어에 능숙한 학생이라도 고득점을 위해선 순발력이 요구되는 특징이 있다. 쓰기와 말하기 부분의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점은 단점이다. 이 부분의 평가를 위해선 별도의 시험(TOP)에 응시해야 하며, TOP를 치러도 TEPS총점엔 반영되지 않는다. 토플과 같은 쓰기·말하기 분야의 직접평가방식 도입이 숙제다.

◇토셀(TOSEL)
수능시험 출제위원 교수들이 개발하고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주관하는 시험이다. 'Test of the Skills in the English Language'의 약자. 연 4회 실시되며, 다른 시험들이 응시자의 연령구분 없이 획일적으로 치러지는데 비해 미취학 아동부터 성인까지 수준에 맞는 시험을 치를 수 있다. 초등생을 위한 'Starter'· 'Basic'·'Junior'와 중·고등학생을 위한 'Intermediate', 성인 대상 'Advanced' 등 구성이 다양하다.
그러나 외고입시에서는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Advanced'단계의 시험만을 인정하고 있어 난이도 측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말하기·듣기·읽기·쓰기 영역에 걸쳐 86~87개 문항을 90분 동안 푼다. 만점은 990점. 민사고를 비롯해 일부 특목고가 지원자격에 포함시키거나 특별전형에 반영하고는 있으나 현재 10개 고교를 넘지 않는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토셀의 개선과제는 각 영역을 연계한 통합형 문제로의 발전. 강의내용을 듣거나 독해지문을 읽고 이를 근거로 글을 쓰는 쓰기 영역 외에는 통합유형의 직접평가로 보기 어렵다. 형식적으론 말하기·듣기·읽기·쓰기를 연계한 통합유형을 갖고 있지만 쓰기 외에는 각 영역이 독립적으로 평가된다.

◇플렉스(FLEX)
한국외국어대학교가 개발한 외국어능력시험이다. 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이 주관하고 대한상공회의소가 인정하는 국가공인시험이다. 영어를 비롯해 프랑스어·독일어·러시아어·스페인어·중국어·일본어 등 7개 언어의 사용능력을 평가한다. 'Foreign Language EXamination'의 약자다. 듣기·읽기 영역과 쓰기·말하기 중 수험생이 원하는 영역만을 선택해서 치를 수 있다. iBT 토플과 가장 유사한 형식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행정자치부 등 정부기관과 공기업, 삼성그룹 등 기업체가 어학능력평가 및 승진시험에 채택하고 있다. 입학시험의 경우 일부 특목고와 한국외대가 선발기준에 적용한다.
초·중·고생의 경우 한국외대가 주최하고 외국어연수평가원이 주관하는 경시대회인 EFLEX를 봐야 하는데 연 1회만 치러져 응시기회가 적다는 게 단점이다. 아직까지는 인지도가 낮다는 점도 응시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다.

프리미엄 이경석 기자
사진=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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