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추적안한다”로 큰손움직여/단숨에 종합지수580선 넘어선 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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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바닥권 인식… 주가부양책 기대감도/기업내용 받침없어 효과지속 의문
13일 증시는 갑자기 하루만에 14.6포인트나 폭등,단숨에 종합주가지수가 5백80선을 뛰어넘었다. 국세청에서 위장증여 등 명백한 세금포탈 행위가 없는한 개인이든,법인이든 간에 증권계좌 및 거래상황에 대한 자금추적 조사를 안하겠다고 하자 큰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풍문에 따라 주가가 폭등했다.
증시안정기금이 주가가 6공화국 최저치를 보인 6월초부터 1천9백10억원에 이르는 「사자」주문을 내 주가를 관리하고 증권사 사장단들이 모여 증시안정화 대책을 논의,당국에 건의한다고 해도 별로 움직이지 않던 주가가 국세청의 한마디로 급반등 했다.
12일 오후 국세청은 『증시활성화 차원』이라며 이 자금출처 조사 중단방침을 발표했고,이 발표는 그 이튿날 증시에서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 13일 시장에는 큰손의 대형주 매집설이 퍼졌다. 정치자금 등 많은 자금이 증시에 몰려들거라는 예측도 가세했다. 자금추적 조사를 하지 않으므로 법인·개인(주로 사채업자) 가릴 것 없이 많은 「구린 돈」이 증시로 들어오리란 소문도 꼬리를 물었다.
어떤 투자자는 『검은 돈(블랙머니)이란 개념이 이제 없어지는 것이냐』고 증권사에 물어왔다.
물론 이날의 주가급등이 전적으로 국세청 발표에만 원인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우선 투자자들 사이에 주가가 바닥권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또 최근 증권사 부사장단과 사장단이 잇따라 만나 제도개선 사항을 중심으로 증시안정화 대책을 논의했으며,곧 당국에 건의해 증시대책이 발표된다는 설도 퍼졌다.
그러나 많은 증시관계자들은 6·13 주가폭등과 같은 현상이 오래갈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 나라의 세무당국이 차·가명계좌와 상장사 대주주의 불법적인 주식거래가 아직도 많은 우리 증시에 대한 자금추적 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반문한다.
지난해부터 현대그룹 등 일부 대기업을 상대로 오랜 조사를 벌여온 세무당국이 이제와서 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는 언제 번복될지 모르며,큰손들은 금세 치고 빠지기 때문에 뒤늦게 분위기에 휩쓸린 일반투자자들이 다음주부터 사자고 뛰어들었다간 손해를 보기 십상이라는 지적이다. 13일 시장은 오전 10시무렵 일부 큰손이 대표적 대형주인 유공을 매입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동통신사업 참여업체인 선경·포철→대형주→증권주→시중은행주로 매수세가 뻗쳐 급등했다.
6공화국 들어 최저치를 두차례나 경신한 최근의 주가흐름은 결국 6공화국 전반의 경제 및 정치 성적표에 대한 평가로 볼 수 있다. 또 주가는 실물경기 흐름의 가장 정직한 반영으로 인위적으로 한때 왜곡해 보았자 잠복된 요인은 곧 다시 시장에 나타난다.
실제로 경제가 조금씩이라도 낫게해 투자자들이 증시와 정부정책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함으로써 주가에 반영되도록 해야지 자금추적 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식의 「웃지 못할」증시부양책은 문제를 오히려 키울 수도 있다는 것을 당국자들은 깨달아야 한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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