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비화 기술로 쓰레기 줄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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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퇴비를 만들어 쓰레기를 줄인다.」
시골집 헛간 한구석에서 퀴퀴한 냄새를 풍기며 고향의 정취를 더해주던 퇴비더미. 퇴비는 화학비료에 밀려 우리 나라 농촌에서는 보기 힘들어졌으나 최근 4∼5년 전부터 오히려 미국등 선진국에서 쓰레기 처리기술로 퇴비생산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난지도와 김포 쓰레기매립장 등에서 나타났듯이 쓰레기 매립문제가 골치 아픈 사회문제로 대두했다. 땅덩어리가 큰 미국도 쓰레기 매립장소를 못 구해 고생하는 것은 마찬가지 입장. 전체 생활쓰레기 중 종이가 40%, 음식찌꺼기가 10%정도를 차지하는 미국이 퇴비화 기술을 새로운 해결책으로 내세웠다면 30%정도가 음식찌꺼기인 우리 나라도 퇴비화를 통해 생활쓰레기의 양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규모 고속 퇴비화 기술=일단 선결과제가 분리수거다. 성분별로 최대한 분리한 후 접착제·건건지·페인트·고무 등 이물질을 제거한다. 분리수거한 쓰레기 중 퇴비로 만들 수 있는 종이·짚·음식찌꺼기·나뭇잎 등 쓰레기를 물이나 하수찌꺼기 등과 섞는다.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 쌓아놓고 수분조절·멸균 등 2∼4주 동안 분해과정을 거치면 부피가 30∼50% 줄어든다. 악취를 제거하면서 계속 수분·공기공급을 통해 숙성시키면 되는데 숙성기간은 원료·용도에 따라 짧게는 3∼4주에서 길게는 20주까지 걸린다.
완전숙성이 끝나면 부피는 원래의 65%정도 줄어들게 된다. 기본적으로 썩이는 과정이야 재래식퇴비와 별 차이가 없지만 최신시설로 다양한 쓰레기를 대량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외국의 실태=일반 생활쓰레기 중 혼합유기질 쓰레기를 퇴비로 재생시키는 일은 재활용의 새로운 개념으로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있다. 퇴비화 기술을 주도하고있는 미국은 플로리다에 하루 6백t을 처리할 수 있는 세계최대규모의 퇴비공장을 비롯, 현재 30여개의 공장이 가동 중에 있으며 2백여개가 건설중이거나 설계중이다.
또 독일·캐나다·호주·일본 등이 퇴비화 기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있으며 태국이 현재 방콕인근에 하루처리용량 1천2백t의 최대규모 공장을 착공했다.
◇우리 나라의 실태와 전망=환경처 자료에 따르면 90년도 전국의 일반생활쓰레기 양은 하루 8만4천여t으로 이중 음식물류가 27·4%인 2만3천여t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하루에 처리되는 8만t중 재활용되는 쓰레기는 2·5%인 2천t에 불과하고 전체의 95·6%인 7만7천여t이 단순매립에 의한 방법으로 처리되고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퇴비화 기술이 본격화되면 음식물쓰레기와 종이·나무쓰레기 일부 등 전체쓰레기 매립량의 40%이상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퇴비화 기술은 아직 초보단계로 환경처가 현재 추진중인 시범도시 중 용인이 하루 25∼50t의 음식물찌꺼기만 모아 퇴비로 활용한다는 방안을 세워놓고 있으며 서울시가 하루 2백t정도 야채·과일쓰레기가 나오는 가락농수산시장에 내후년께부터 퇴비화 기술을 도입한다는 계획정도가 고작이다. <손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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