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회관』(전주시 중앙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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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예부터 전주는 멋과 맛의 고장이다. 어느 음식점에 들러도 밉지 않은 주모의 입심과 맛깔스런 인정이 버무려진 음식은 여전히 푸짐한 옛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정성회관」(전주시 중앙동4가51·(88)5005)은 몇 대에 걸친 정취 그윽한 한옥을 고풍과 현대감각이 적당히 어우러지게 수리한 집이다.
이 집주인 이정순씨(45·여)는 양념이 틀리면 음식을 만들지 않는다는 외고집이다.
그래서 모든 양념고춧가루·참기름·깨소금을 직접 빻고 짜며 고추장도 손수 담가 쓰고있 다.
내가 이 집을 들르기 시작한 것은 4년간에 걸친 변두리생활을 청산하고 전주로 전출됐던 지난 88년2월부터다.
사무실에서 가까웠던 탓도 있지만 음식 맛이 뛰어나다는 동료의 권유로 찾았던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여주인의 씀씀이가 크고 분위기마저 좋아 삼박자가 딱 맞아떨어지는 곳이어서 허튼 소리 안주 삼아 퇴근길 한잔 술이 십상이다.
생글생글 종업원들이 부지런히 손님 맞는 이 집은 불고기·김치찌개 등 여러 음식이 구미를 당기지만 궁중전골이 단연 백미다.
상큼한 국물 맛에 쫄깃한 문어·낙지, 알맞게 익어 불그레한 대하의 감칠맛은 마음이 맞는 친구와 어울려 신선주 몇 잔을 함께 하며 정겨운 덕담을 나누기에 부족함이 없다.
낙지·문어·오징어·주꾸미·게·조갯살·새우·대하·굴·생합·죽합·쇠고기를 적당히 섞어 전골냄비에 담아 쇠뼈를 우려낸 진국을 붓고 은근한 불에 얼마간 끊인 다음 미나리 등 야채를 살며시 얹어 데쳐 작은 접시에 옮겨먹는 얼큰한 국물은 숙취를 없애주는 묘약이다.
많은 직장동료들이 단골로 찾는 「정성회관」은 항상 손님이 가득하다.
값이 싸기도 하거니와 언제나 변함없는 주인의 심성이 가족처럼 포근함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월급쟁이 속사정을 헤아리듯 외상값을 독촉하지 않는 무던한 인정에 끌려 가까운 이웃에 이 집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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