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의 글 연재하는 까닭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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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 26면

함석헌 선생은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개정판 제목은『뜻으로 본 한국역사』)라는 책에서 종교를 역사의 중심에 두고 얘기를 풀어 나갔습니다. 한민족의 주요 종교가 한국사의 동력이 되었다는 주장입니다. 예컨대 무속적인 원시 신앙체계가 단군조선을, 유교가 열국시대(삼국시대 이전 고대)를, 불교가 삼국시대를 일으키는 정신적 토대가 되었다는 식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존의 종교가 낡아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기독교가 들어와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는 예언적 내용도 덧붙였습니다.

개인적으로 함 선생의 역사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그러나 종교가 역사를 이끌어 가는 거대한 변화의 동력이 된다는 점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특히 기독교의 경우 세계사적으로 절대적인 영향을 미쳐 왔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기독교의 영향력은 막대합니다. 신앙으로서 기독교도에게 미치는 절대적 영향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겠죠. 기독교도가 아닌 사람에게도 기독교는 꼭 알아야 할 역사ㆍ철학ㆍ교양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기독교의 중요성에 걸맞을 만큼 기독교를 이해하고 있을까요. 개인차는 다양하겠지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기독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신앙으로서의 기독교보다 철학ㆍ문화로서의 기독교에 대한 논의와 이해는 더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독자들의 기독교에 대한 이해와 관심의 폭을 넓히자는 취지에서 도올 김용옥 교수를 필자로 모셨습니다. 도올 선생은 중앙SUNDAY에 도마복음 이야기(25면)를 매주 연재하기로 했습니다. 도마복음은 기독교계에서 정통 성경, 즉 정경(正經)으로 인정하는 복음서에 포함되지 않는 기록입니다. 일반적으로 외경(外經)으로 간주합니다. 일부에선 영지주의 문서로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도올은 도마복음이 4대 복음(마태ㆍ마가ㆍ누가ㆍ요한)의 형성 과정을 알려줄 수 있는 ‘순수한 예수의 말씀집’이라고 주장합니다. 말씀만 나열해 놓은 도마복음의 형태나 내용으로 미뤄볼 때 다른 복음서보다 먼저 만들어졌고, 따라서 4대 복음의 저자들이 이를 인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경전에 대한 해석의 차이는 첨예합니다. 도올의 도마복음 이야기에 이견을 가진 분도 적지 않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도올이 어떤 논지를 어떻게 풀어갈지 저도 궁금합니다. 기독교, 나아가 종교와 철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논의를 성숙시켜 가는 장을 펼친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연재인 만큼 많은 관심과 애정으로 지켜봐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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