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눈 의식 사회통제 완화/베일벗은 북한의 개정 형소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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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 신·구 형사소송법 비교
●인권관련규정
편제 신법
10장 18절 305조
①형사사건 취급시 인권보장선언(4조)
②형사사건 취급시 과학성·객관성·신중성보장(6조)
③교양으로 개조가능시 형벌면제(13조)
④사건은 구체적·과학적 증거에 의해 수사(관련조항 35조,3 6조,41조,44조)
⑤구금시 검사의 구금결정서 승인필요(66조)
⑥고문등 강압적 방법에 의한 진술,증거능력부인(93조)
⑦자백이 유일한 증거일때 증거능력부인(94조)
⑧수색,검사 등에 입회인(114조,116조,135조 등)(이 상 ①∼⑧은 신설)
⑨변호인 관련조항 별도의 장으로 분리(6장)
*예심단계에서 변호인조력 받을 권리인정(174조)
*변호인의 의문에 대해 검사가 3일내에 통지토록 규정(17 7조)
⑩체포시 검사는 48시간내 가족,소속단체에 통보(11조)
⑪예심기간 최대 6개월로 한정(73조)
⑫예심원이 신문 48시간내에 개시(86조)
⑬예심원의 기능 확대(74조)
*관할지역내 일어난 사건중 형소법규정 사항제외
⑭수색의 대상을 「충분한 근거가 있을때」로 제한(130조)
⑮검사의 사건처리기간을 10일로 늘림(163조)
구법
편제 25장 281조
⑨구법은 사건기록이 재판소로 넘어온 이후 변호사가 개입 가능 토록 함­174조
⑩48시간내 검사의 처리완료의무만 규정(83조)
⑪검사총장의 허가로 사실상 무제한 연기가능(94조)
⑫24시간내에(99조)
⑬형법의 37개구체조항 관련사건으로 제한(86조)
⑭제한없음
⑤5일(163조)
●재산몰수형 관련규정
신법 ①몰수재산의 담보처분(151조)
②범죄행위로 손해본 관련기관 및 관련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 인정(152조)
③손해배상 청구와 관련된 절차규정(153조,154조,155 조)
④판결시 손해배상청구 해결방법과 담보재산 처리방법을 고려토 록 규정(244조)
⑤재판소가 청구된 손해배상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예 시(247조)
구법 ①∼③(형소법 내의보전처분절차를 통하거나 예심원의 판단에 따르도록 함)
④∼⑤(별도의 규정두지 않고 민사소송에 의하거나 검사의 처 분에 맡김)
●외국인 소추관련규정
신법 ①외국대표부,영사대표부,무역대표부 등을 수색하거나 압수할때 외교부를 통해 외교절차를 밟을 것(136조)
②압수·수색시,검사·외교대표부의 대표자 대외사업일꾼 참여( 136조)
구법 ①외교 대표자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142조)
②검사 또는 지방외무기관의 대표자가 있으면 입회시킴(142 조)
●기타
①사형시 검사참가(296조)
②사형시 중앙인민위원회의 승인필요(297조)
③중병시,여성의 임신경우 노동교화형 집행정지(299조)
◎무역대표부 등 수사절차 크게 강화/“실제적용보다 대외과시용” 분석도
북한의 형사소송법은 50년 3월에 제정된 부분개정을 포함,몇차례 개정됐으나 제정형소법을 제외하고는 한번도 외부로 공개된 일이 없어 내용은 베일에 가려져 왔다.
그런 점에서 92년 1월15일에 개정돼 이번에 공개된 신형소법은 제정형소법이래 변화된 북한의 사회상과 변화에 대한 준비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김정일체제의 확립과도 상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은 지난 76년 상당부분 개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내용을 전혀 짐작하지 못해 왔었다는 점에서 법추이 비교는 한계가 있다.
그 점을 감안해도 신형소법이 형사사건 취급에 있어 인권보장을 선언했고 고문 등에 의한 자백의 증거능력을 부정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신형소법 93조는 「강압적인 방법에 의한 피심자(피의자)의 진술은 증거로 쓸 수 없다」고 규정했고 94조는 「피심자의 자백이나 고백이 유일한 증거일 때에는 그의 죄행이 증명되지 않은 것으로 인정한다」고 해 자백의 증거능력을 제한하고 있다.
북한의 50년 형소법에는 이같은 조항이 없었고 북한이 대외적으로 인권탄압국가로 간주되어왔음에 비춰 이는 의미있는 변화로 여겨진다.
특히 지난해 공개돼 큰 주목을 받았던 북한의 형법이 반혁명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에서 벗어나 노동교화형을 신설하는 등 형사정책상의 변화가 있었다는 점에서 하위법인 형소법도 사회통제를 완화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의 개정이 불가피했다는 점도 지적될 수 있다.
또 지난 76년 형소법이 대폭 개정됐을 당시 헌법이나 형법 등에서 강화된 사회통제의 분위기를 반영해 절차법인 형소법에서도 인권을 거의 무시했었을 것이라는 대체적인 분석을 감안할때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50년 제정 형소법과 비교할 때 특히 많은 변화를 보인 부분은 소송절차규정이다.
이는 북한이 대외적인 인권문제관련 비난에 대응하는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불가피한 대외개방을 앞두고 국제사회에 적응하려고 하는 노력의 하나로도 평가될 수 있다.
이와 관련,외국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절차를 까다롭게 규정한 것도 대외개방을 의식한 준비로 보인다.
신형소법 136조는 「외교대표부,영사대표부,무역대표부의 건물 또는 살림집을 범죄 및 범죄자의 적발과 관련해 수색하거나 물건·문서같은 것을 압수하려 할 때는 우리나라 외교부를 통해 외교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법에는 해당 외교대표자의 승인만 있으면 가능하도록 간략히 규정해놓고 있었다.
이밖에 형사소송이 재산관계분쟁을 야기시킬 경우에 대한 법조문을 강화한 점도 주목거리다.
특히 재산형을 받은 범죄자재산의 압수처분규정(151조)은 북한사회가 다양해져가면서 재산분쟁이 크게 늘고 있음을 반증해주고 있으며 개인의 이익을 위한 활동이 왕성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밖에 범죄행위로 손해를 본 관련인·단체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고(152조),이와 관련된 절차를 규정하고 있거나 재판부의 판결시 손해배상이 병합돼 청구되었을 경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도록 하는 규정도 재산관계로 복잡해진 사회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피의자의 무죄를 추정하지 않고 있으며 검사의 압수수색 등에 대해 제한이 별로 없다는 점 등은 선진사회의 인권보호와는 아직 거리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사실이다.
한편 정부일각에서는 북한이 지난해 형법개정에 이어 형소법개정안을 사실상 공개한 것을 두고 이는 북한내에서 실제로 적용된다기보다는 「대외용」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법무부의 한 당국자는 『이 법을 최근 입수 분석한 결과,제정형소법 등에 비해 많은 인권개선이 엿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북에서 실제로 실시되는지는 의문이며 북한은 법률을 공개하지 않는데 이 법들이 흘러나온 것은 대외선전을 위한 고의적 유출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통일원의 한 당국자는 『북한의 최근 형소법이 대외선전용이라는 의심이 있음에도 개정형소법은 북한이 국제적인 인권비난을 의식하고 늘어날 대외관계를 어떤 형태로든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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