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해결 열쇠는 남북대화"|로널드 레먼 미 군축처장 북 핵사찰 관련 토론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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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로널드 레먼 미국군축처장은 2일 인터컨티넬탈 호텔에서 열린 북한연구소와 연세대 사회과학연구소 주최 한반도군축 4개국 학술회의에서 「한반도에서의 군비통제와 군비축소」란 제목의 주제발표를 한 뒤 참석자들과 토론을 벌였다. 레먼 처장은 현재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남북상호사찰문제에 깊이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핵 문제와 관련된 질문이 많았다. 다음은 토의 요지.
-북한 핵 문제에 관해 미 국무부와 중앙정보부(CIA)사이에 견해차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차이는 없다. 분명한 것은 북한이 핵 재처리시설을 건설하고 있으며 이 계획을 진척시키면 몇 년 안에 핵무기를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처리시설건설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 그러면 국제 의혹을 어느 정도 불식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계속 핵무기를 가지려하고, 물질도 축적해 가는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언젠가는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고, 이미 보유했을 수도 있다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한스 블릭스 국제원자력기구사무총장의 보고는 이러한 의혹이 허망한 게 아니란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에 충분히 협조한다면 국제적 의혹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인지.
『북한이 협조한다면 어느 정도는 의혹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힐 경우 국제적 의혹은 고조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간에 상호사찰을 하는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나. 북한이 지하에서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이를 찾아낼 능력이 있는가.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이 상호사찰을 하자고 한 것은 아주 잘한 것이다. 우리는 동맹국으로서 한국에 군축기술을 주고 있다. 어느 사찰이고 완벽하지는 않다. 은폐된 소규모 핵 개발은 찾기 힘들 것이다.』
-어느 사찰도 완전할 수 없다면 어느 정도에서 만족할 수 있는가.
『사찰이 완전할 수는 없지만 행동을 지연시킬 수는 있다. 한국이 제시한 사찰방안은 상당치 성공적인 것으로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에 대한 보완장치는 된다. 이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방책인 것 같다.』
-그럼 어디까지 가야 북한 핵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안심할 수 있나.
『어떤 증거를 보여줘도 완전히 흡족한 것은 가까운 시일 안에는 불가능할 것이다. 확실히 핵 개발을 포기했다는 증거가 있기 전에는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과 상호사찰을 요구하는 국제여론이 남아 있을 것이다.』
-협상이 난관에 부닥쳤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미국은 장기적으로 볼 때 낙관한다. 어떤 협상이든 성과가 있을 때도 있지만 우여곡절도 있다. 인내가 필요하다. 성공의 열쇠는 남북대화다. 미-북한 관계개선은 남북관계개선 이후에나 가능하다. 세계의 급변하는 정세는 자유주의·자본주의의 승리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따르는 게 세계의 대세다. 그런데도 이에 합류하기에 너무 멀리 있는 북한 같은 나라도 있다. 한국이 주역이 돼 이 먼길을 재촉해야 한다. 여기서 선행돼야 할 것이 비핵화와 군축문제다.』
-북한이 자신들의 비밀을 모두 공개하는 군사시설에 대한 사찰을 허용하기란 어렵지 않겠나.
『군사기지에 대한 상호사찰은 우리의 희망이다. 세계적으로 군사기지에 대한 개발주세가 계속되는데 북한이 이를 거부할 수 없다. 거부하면 국제사회는 이를 방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시간을 끌면 어떻게 해야 하나.
『세계는 북한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주시하고 있다. 걸프전쟁이후 국제사회는 이런 핵 개발문제에 점점 더 큰 우려를 갖게 됐다.
협상에서는 인내가 필요하다. 인내가 있어야 상호사찰을 할 수 있다. 전세계가 오래 참지는 않을 젓이다. 한나라가 시간을 벌기 위해 질질 끄는 것을 참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이 상호사찰에 응하지 않으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나. 리스카시 장군은 팀스피리트의 재개를 주장했는데 이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아직 남한 내에서는 미군의 주둔문제와 군사훈련 얘기를 계속하고 있다.』
-북한은 미그29를 연간4시간밖에 시험비행하지 못한다는 게 미국의 보고다. 북한의 위험을 강조하는 것은 군사력을 과대 평가한 것 아니냐.
『폐쇄사회인 북한은 한국에 위협적인 존재이며, 이런 공격의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땅굴이나 DMZ에서의 도발을 봐도 그렇다. 서울은 DMZ에서 가까워 강력한 방어력을 가져야 한다. 북한은 많은 자원을 군사력에 사용한다.』
-유럽의 군축을 참고하기에는 한반도는 서로 다른 지역적 특성이 있지 않나.
『동감한다. 동서간 군축에서 많은 참가국들은 폐쇄사회였다. 그러나 북한처럼 엄격한 폐쇄사회는 없었다. 또 한반도의 군 배치는 다른 지역보다 밀도가 높고, 지역적으로 수도와 비무장지대가 매우 가깝다. 따라서 한국의 국가 이익을 보호하는 한계 내에서 군축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김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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