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전 세계 누구나 정보 생산하는 세상 실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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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 10면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매년 ‘올해의 100인’을 선정해 발표한다. 지난해 과학자·사상가 부문의 첫 페이지, 첫 인물로 소개된 인물이 41세의 지미 웨일스다.
전 세계 사람이 함께 만들어 무료로 이용하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창안한 사람이다. 웨일스는 몇 달째 일본에 머물면서 검색엔진인 ‘서치 위키아’를 개발 중이다. 언론은 이를 두고 ‘위키피디아가 구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표현했다. 웹 2.0 시대의 대표적 ‘개혁가’로 평가받는 그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한 번도 한국에 온 적이 없다. 그와 접촉해 세 차례 e-메일을 주고받고 두 차례 전화로 인터뷰했다.

무료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창업자 지미 웨일스

wikipedia 

-위키피디아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사이트 중 하나다. 사람들이 왜 위키피디아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나.
“위키피디아에선 누구나 자유롭게 정보를 만들고 수정할 수 있다. 하나의 정보가 새로 생성되면 수많은 사람이 그것을 알기 쉽게 배열하고, 거기에 새로운 내용을 더한다. 잘못된 내용을 발견하면 바르게 수정도 한다. 이런 검증 과정을 계속 거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보가 명확해지고 수준이 높아진 것이다. 이런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니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아닐까.”

-창업 동기가 궁금하다. 컴퓨터와 백과사전에 왜 관심을 갖게 됐나.
“어릴 때부터 늘 컴퓨터를 좋아했다. 쭉 ‘컴퓨터적인’ 사람이었다. 나는 모든 지식이 세상에 널리 퍼질 수 있다고 믿는데, 백과사전은 그것을 실현할 훌륭한 도구다.”

-위키피디아에 올라있는 당신에 관한 글을 모두 읽어봤나. 혹시 잘못된 정보를 찾아낸 적은 없는지.
“위키피디아에 ‘지미 웨일스가 취미로 체스를 즐긴다’는 정보가 올라온 적이 있다. 나도 내가 체스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위키피디아에는 가끔 잘못된 정보가 올라오지만 곧 수정된다. 사용자들은 위키피디아의 정보를 어떻게 이용할지 늘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정확성 논란이 있다. 네티즌이 올린 정보를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처럼 신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최근 한 미국 대학(미들베리)은 학생들이 테스트나 리포트에 위키피디아 내용을 인용하지 못하게 했다.
“우리도 그걸 원하지 않는다. 리포트나 논문에 위키피디아 정보를 그대로 싣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사이트에 이런 원칙을 밝혀놓았다. 모든 오프라인 백과사전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정보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언제든지 수정될 수 있다.”

-‘사이겐탈러 사례’(언론인 사이겐탈러가 로버트 케네디와 존 F 케네디의 암살 사건에 연루됐다는 잘못된 정보가 위키피디아에 4개월간 올라있었던 사건) 등을 계기로 자유롭게 정보를 수정할 수 없는 ‘보호 표제어’, ‘준 보호 표제어’ 등을 많이 지정했다.
“‘보호 표제어’는 해당 정보를 누구도 수정할 수 없고 ‘준 보호 표제어’는 회원 가입을 하고 4일이 지난 사람만 손 댈 수 있게 했다. 이런 조치가 예전에 없다가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보호 표제어는 당초 네 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사이겐탈러 사례 등이 계속 터져 거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보를 보호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보호 표제어를 많이 늘리기보다 준 보호 표제어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를 제외하면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고, 수정할 수 있다’는 핵심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사실 위키피디아가 어느 정도 커진 후부터 ‘브리태니커’ 같은 오프라인 백과사전과 비교할 수밖에 없게 됐다.
“우리는 언제나 질적인 면에서 브리태니커 이상이 되려고 노력해왔다. 우리가 그것을 해낼 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

-한국어판 위키피디아는 아직 부진하다.
“한국어판은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어판도 영어판처럼 표제어도 많아지고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10년 후의 위키피디아는 어떤 모습일까.
“영어판, 일본어판, 독일어판처럼 이미 많이 성장한 각 언어판에선 많은 표제어가 새로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어판처럼 아직 활성화하지 않은 소수언어 지역의 판들은 10년 후, 지금의 영어판만큼 성장하리라 믿는다. 전 세계인이 그 나라의 언어로 지식을 만들어낼 것이다. 우리 커뮤니티는 점점 다양해질 것이라고 본다.”

-한국에서 웹 2.0에 대한 관심이 높다. 당신이 생각하는 웹 2.0은 무엇인가.
“‘커뮤니티 컨트롤(community control)’이다.”(국내 웹 전문가들은 이를 ‘공동체 컨트롤’이라고 번역했다. 특정 개인ㆍ기관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형태가 아닌, 커뮤니티 회원이 힘을 합쳐 정보의 질을 조절하는, 이른바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정보의 집단 생산과 공유라는 창업 목표는 계속 살려가나.
“모든 사람이 함께 정보를 생산하고 편집하며 공유하는 세상을 실현하는 게 우리의 핵심 모토다. 물론이다.”

그는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어디서든 자신을 초청해 준다면 기꺼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좌우명을 물었다. 그는 짤막하게 답했다.

“절대 포기하지 말자(Never give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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