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석여행|자연 즐기며 심신 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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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자연의 신비와 오묘한 아름다움을 영롱하게 간직하고 있는 수석수집을 취미로 삼는 사람수가 부쩍 늘고있다.
휴일에 산이나 강가에 나가 한 두 개의 아름다운 돌을 주워오는 아마추어수집가에서부터 아예 탐석여행을 떠나는 프로까지 수석동호인수는 무려 1백여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수석 애호가들을 상대로 하는 전문잡지도 이미 10년 전부터 발행되고 있고 한국수석총연합회(회장 김교식·(562)4646)를 중심으로 전국 16개 시·도에 지회가 결성돼 정기적인 수석모임을 갖고있으며 직장수석회나 동호인들이 해마다 전국수석연합대전 외에도 3백여회 이상의 각종 수석전시회를 여는 등 방대한 취미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근래에는 중국이나 멀리 독립국가연합(CIS)의 모스크바·레닌그라드·알마아타까지 탐석여행을 떠나거나 2천만∼3천만원대를 호가하는 고가의 명석이 등장할 만큼 수석수집은 재산증식의 수단으로까지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수석의 묘미는 무엇보다도 날이 갈수록 각박해지는 도시생활 속에서나마 자연의 아름다움과 공간의 멋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는데 있다.
뿐만 아니라 탐석활동은 인간의 심성을 부드럽게하고 심신수련에도 큰 도움을 주어 건강생활로 특히 중·장년층에게 인기를 얻고있다.
억겁의 세월을 지켜낸 돌을 찾아 다니노라면 자연이 빚어낸 오묘하고 신비스러운 아름다움에 접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정화될 뿐만 아니라 맑은 공기를 마시며 운동한 덕택에 심신이 함께 튼튼해지기 때문이다.
30여년간 수석을 모아 진기한 수석 1천여점을 소장하고있는 김규암씨(64·석우회회장)는 『수석의 참맛을 알게되면 돌을 통해 고향의 뒷동산모습과 설악산의 절경·폭포수와 갈매기의 음률까지도 느낄 수 있게 된다』고 수석의 깊고 그윽한 멋을 소개한다.
탐석으로 불리는 수석채취는 배낭을 메고 면장갑에 삽이나 갈고리 흙을 터는 쇠솔 정도만
갖추면 언제 어디서나 가능해 마음의 부담도 별로 없다.
그러나 초보자라면 수석에 대한 기초지식을 알아둬야 아무 가치도 없는 돌을 마구 주워오는 헛수고를 덜 수 있다.
◇수석의 조건=일반적으로 수석은 깊고 그윽한 대자연의 세계를 실내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작은 돌을 말한다.
흔히 수석의 3대요소인 형태·질·색감 중 한가지 요소만 갖춰도 수석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그러나 좋은 수석은 우선 질과 색감이 좋아야한다.
6·5도 이상의 경도를 지닌 돌로 쇠조각이나 유리로 긁어도 흠이 나지 않을 만큼 단단해야 가치를 인정받는다.
빛깔은 검정색의 오석이 가장 좋고 그밖에 푸른빛을 띠거나 흰색·황색·홍색으로 은은한 분위기를 풍기는 돌을 으뜸으로 친다.
색깔이 산뜻하지 않거나 어두운 감을 주는 돌은 싫증을 빨리 느끼게되고 생동감이 없어 좋은 돌이 못된다. 그러나 아무리 질감이 있고 색깔이 좋아도 형태가 볼품없으면 아무 소용없다.
수석의 요건은 형·질·색이 잘 호화를 이뤄야 높이 평가받는다. 수석의 크기는 일반적으로 전후·좌우 30㎝가 적당하고 60∼70㎝를 벗어나면 수석으로서 한계를 넘은 것으로 보면 좋다.
◇수석의 종류 ▲산수경석=산이나 폭포·섬 등의 산수풍경을 연상시키는 산수경석 중엔 산의 형태를 이룬 산형석, 흰빛을 띤 석질이 돌 한가운데서 아래로 뻗어내려 마치 폭포를 연상시키는 폭포석, 돌 한가운데가 움푹 패어 물이 괸 듯한 호수석, 그리고 평원석, 단층석·절벽석·도형석 등이 있다. ▲색채석=색깔이 아름다운 돌로 불투명하고 천하지 않은 것, 미석이라고도 불리는 색채석은 단순한 것일수록 좋고 아름다운 빛깔 속에 그럴듯한 무늬가 있어야한다. ▲물형석=돌의 생김새가 사람·새·짐승 등 동물모양을 갖춘 돌이다. ▲문양석=나무·곤충·새·달 등 자연의 온갖 형상이 새져진 돌로 구도상 안정감이 있어야한다. ▲추상석=자연이나 어떤 물형을 이루지 않으면서도 구도상으로 짜임새 있고 아름다움을 지니면 좋다.
◇수석산지=세계최대의 수석산지인 남한강이 85년3월 충주댐완공으로 물에 잠긴 뒤 서해안·남해안과 남한강의 지류인 동강·주천강 등이 새로운 탐석지로 각광받고있다.
서해의 영흥도·풍도·삼도·안면도·대난지도·태안반도·외파수도·내파수도 등과 전남 해남 화원면 끝동·완도 정도리·여수앞바다, 그리고 경남 충무 및 경북 문경군 구랑리, 강원도 영월의 청랭포, 동강어라연과 평창 등이 수석애호가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탐석요령=우선 돌의 형태가 그럴듯하다는 판단이 서면 질과 색이 어떤지를 살핀다.
질감이 썩 좋아 중량감이 있으면 흰색이라도 괜찮고 색이나 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형태가 뛰어나면 좋은 돌이 될 수 있다.
탐석을 할 때는 계곡과 깊은 숲 속을 헤맬 때가 많으므로 경쾌한 복장과 장거리보행을 위한 장비를 갖춰야한다. <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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