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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 사려낸 경영천재 미 와나코사 와치너 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오랜 경기침체로 시들해있는 미국 패션가에서 억척스런 경영수완을 발휘해 흔들리는 회사를 살려내고 억만장자의 자리에 오른 여성기업인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올해 47세의 독신녀로 여성란제리 대메이커인 와나코사를 이끌고 있는 린다 와치너 회장.
최근 뉴욕타임스지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미 5백대기업의 유일한 여성경영인이자 한해 수백만달러를 받는 몇 안되는 고소득기업인 반열에 든 첫 번째 여성으로서 와치너 회장의 성공스토리는 많은 화제를 낳고있다.
증권가 주변의 기업매사국수들과 당당하게 어울리는 유일한 여성으로 지난 86년 당시 몹시 휘청거리던 와나코사를 5억5천만달러에 날렵하게 인수해낸 것도 여성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10·3%의 지분을 소유한 대주주이자 회사의 최고경영자로 금후 5년 동안 와치너 회장이 이뤄낸 경영성과는 와나코사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소 마키팅과 재무에 밝은 그녀의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 대부분의 관련업체들이 불황의 늪을 헤맸던 지난 5년간 오히려 매출액을 31% 끌어올렸는가 하면 과중한 회사부채를 정리하고 지난해 11월에는 가업을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전국의 백화점과 의류전문점들을 밀어붙인 와치너 회장의 억척스런 「발로 뛰기」 마키팅 수완은 매장구석에 방치돼있던 와나코 상품들을 매장의 로열석에 진열되게 하는 변화를 가져왔으며 미국최대의 판매망을 자랑하는 월마트·케이마트 등 디스카운트 체인에 이르기까지 와나코 상품이 속속들이 파고 들게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 결과 그녀는 90년 2백50만달러, 지난해에는 3백10만달러를 벌었느며 현재 재산이 1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와치너 회장의 경영수완은 유명화장품 브랜드인 맥스팩터사의 미국담당사장으로 있던 지난 79∼86년에도 이미 빛을 발했었다. 그녀는 당시 방만함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던 이 회사의 간부진에 새바람을 일으켜 히트제품을 개발, 맥스팩터사를 재건하는데 단단히 한몫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의류판매회사의 바이어로 첫 출발한 그녀는 지난 20여년 동안 와나코사의 전신인 위너사의 첫 여성부 사장 등 의류·섬유·화장품 등 여성관련 사업의 여러 자리를 옮겨가며 보냈다.
특히 지난 82년 남편과 사별한 뒤로는 일과 결혼하다시피 사업에만 골몰해 왔다. 속속들이 사업을 알 뿐 아니라 나름의 독특한 사업적 후각을 갖고있다는 그녀의 장점은 때로는 비판자들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특히 톱 간부진이 회의석상에서 일일이 지시와 제시과제를 메모해야할 정도로 가차없고 철저한 그녀의 「당장 지금하라」 주의는 그녀의 독재적인 경영스타일의 전형으로 입방아에 오르고있다.
그러나 처음에는 어렵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상대하기가 좋다며 그녀와 일하기를 좋아하는 남성간부들도 적지 않다.
『「지금 당장 하라」거나, 강박관념처럼 자금흐름을 중시하는 내 스타일을 욕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것이 내 스타일이다.』 와치너 회장은 전혀 거리낌이 없다. <박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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