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변동 활발한 재테크 전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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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 18면

온화한 봄날이지만 재테크 전선에는 지각변동이 활발하다.

부동산시장이 가라앉고 있다. 지방에서 서울 강남으로 북상한 주택가격 하락세는 수도권 신도시에 이어 강북까지 확산되고 있다. 봄이 되면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던 기대는 종적을 감췄다. 주택시장의 침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에서도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가압류당하는 주택이 늘어나고 있다.

채권시장도 주저앉고 있다. 물가 불안감이 고개를 들면서 각국의 채권금리가 상승(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국내 국고채 3년물 금리도 5%대로 올라섰다. 채권형 펀드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은 울상이다.

이에 비해 주식시장은 약진에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사상 최고치 행진 중이다. 미 다우지수가 13000선을 넘어섰고, 국내 코스피지수는 1550선을 밟았다. 국제 유동성은 선ㆍ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주식시장으로 몰리는 양상이다.

하지만 주식시장 안에서도 종목 간 명암은 뚜렷이 갈리고 있다. 실적이 뒷받침되는 주식과 그렇지 않은 주식 간의 격차는 그야말로 ‘천당과 지옥’이다. 대세 상승장이라고는 하지만, 자칫 종목을 잘못 골랐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란 얘기다. 전반적으로 굴뚝주로 불리는 전통산업 종목들이 뜀박질하는 반면 정보기술(IT) 관련주들은 죽을 쑤고 있다.

이는 미국과 중국 경제 간의 명암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IT주들은 그동안 미 경제 활황의 최대 수혜주로, 미 경기의 흐름과 운명을 같이해왔다. 그러나 미 경제는 성장률이 올 1분기 1.3%까지 가라앉은 가운데 회복 시점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반면 중국 경제는 1분기 중 11.1%의 놀라운 성장을 이어갔다. 중국 효과가 몰리고 있는 전통산업주들의 주가 급등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증시도 그렇지만 미국 증시에선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다우지수가 직전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0년 3월과 그 최고치를 넘어선 현 시점을 비교해보자. 대표적 IT주인 인텔의 주가는 무려 68%나 떨어져 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가 48%, 제너럴일렉트릭(GE)은 33% 각각 하락한 수준이다. 이에 비해 중장비업체인 캐터필러가 270%나 상승했고, 항공기 업체인 보잉은 169% 뛰었다. 정유업체인 엑손모빌도 109% 올랐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각국 증시에 공통적으로 불고 있는 게 이른바 ‘가치투자’ 열풍이다. 어설픈 미래의 성장 기대감보다는, 철저히 눈앞의 실적을 반영한 기업가치가 주가에 얼마만큼 반영됐는가를 따져 투자하는 방식이다. “나는 경기 및 시장 흐름을 보지 않으며, 오로지 기업의 가치만 보고 투자한다”는 워런 버핏의 가치투자 원칙을 따르는 셈이다.

하긴 요즘처럼 장래 경기흐름이 오리무중일 때는 종목만 보고 투자하는 게 가장 마음 편한 길이다. 언젠가는 좋아지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감 속에 바닥을 기고 있는 주식을 굳이 사들여 길목을 지킬 필요는 없어 보인다. 지금 시장은 확실한 실적과 재료를 요구하며, 그게 확인되면 주가는 이내 뜀박질한다. 일단 편안한 길을 걷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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