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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흔드는 외국세력 있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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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 26면

AP 연합

세계의 눈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으로 쏠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국내외적으로 팽팽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소련 시절의 패권회복을 도모해온 푸틴 대통령은 국제적으로 미국과 군사전략적인 긴장관계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그는 26일 국정연설에서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에 반발, 유럽 재래식무기(CFE) 감축조약의 유예를 시사했다. 국내적으로 철권통치를 구사해온 푸틴은 또 내년 5월 두 차례 연임을 마치는 시점에서 가만히 물러날지 여부를 둘러싼 여러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푸틴 스스로 ‘마지막’이라고 천명한 국정연설의 골자를 분야별로 정리해 소개한다.

재래식 무기 감축조약 모두 비준해야
동유럽에 미사일방어 체제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시도는 단순히 러시아와 미국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유럽 국가 전체의 안보와 직결된다. CFE의 당사자인 유럽 국가들이 아직 조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MD 구축은 유럽의 안보상황을 악화시킨다(러시아는 자신들이 조약을 비준하고 준수하는 차원에서 군사력 확장을 하지 않는 가운데 미국이 유럽 대륙 내 군사력 확장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반면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그루지야 등에 주둔시킨 병력을 2008년까지 완전 철수하지 않으면 조약을 비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 유럽 국가들이 CFE를 모두 비준할 때까지 러시아 역시 CFE를 준수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문제는 유럽 국가와 러시아가 참여하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협력기구는 이제 명실상부하게 유럽인의 안전을 논의하는 기구로 거듭나야 한다. CFE 문제에 대한 논의에 진전이 없을 경우 이 조약의 폐기도 고려할 수 있다.

외국의 내정간섭이 우려된다.
러시아의 소중한 자원을 훔쳐가고 러시아의 정치경제적 자주성을 저해하려는 세력이 있다. 최근 외국 자본이 러시아 국내로 흘러들어오면서 외국의 러시아 내정 개입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민주화’라는 구호를 앞세우고 있지만 속셈은 우리의 자원을 약탈하고 자주성을 저해하려는 것이다.

이를 막아내기 위해 의회는 과격분자들의 활동을 규제하는 법안을 빨리 통과시켜주기 바란다(서방 국가들은 이 같은 법안이 통과될 경우 외국인 비정부기구(NGO) 활동 등이 심각하게 침해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푸틴의 이 같은 입법 추진이 내년 대선을 자신의 뜻대로 끌어가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NGO의 활동은 보장되어야 한다. 러시아에서 활동 중인 NGO들은 계속 늘어 회원이 8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이는 러시아에서 건전한 시민사회가 형성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3선 개헌과 연임은 하지 않겠다.
내 임기는 2008년 봄에 끝난다. 따라서 다음국정연설은 다른 사람이 국가원수가 돼 발표할 것이다. 현 단계에서 차후 정치일정과 관련된 내 뜻을 밝히기는 이르다(푸틴이 내년 퇴임을 이처럼 분명하게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까지 서방에서는 푸틴이 3선 개헌을 통해 다시 재집권할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해왔다. 푸틴은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당시의 사회경제적 혼란을 상당히 정리하고 대외적으로도 러시아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따라 푸틴에 대한 지지율은 최근 80%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서방 국가에서는 푸틴의 강권통치에 따른 인권문제 등을 둘러싸고 많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군사력 강화는 계속된다.
첨단기술로 개발된 새로운 무기시스템에 따른 군 현대화 작업은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다. 군의 위상을 말해주는 지표 중의 하나는 군인과 그 가족들에 대한 사회적 후원체계다. 2010년까지 이들에게 영구주택을 모두 보급할 것이다.

경제성장은 이어질 것이다.
정치나 사회 차원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순항하고 있다. 러시아 국민들은 새로운 삶을 건설해가고 있다. 점진적이지만 상황은 계속 나아지고 있다. 생산력의 저하는 더 이상 없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경제대국이 되었다. 러시아는 2006년 세계 최대 석유생산국이 됐다. 그러나 생산기술은 아직 서방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다. 정부는 천연자원을 발굴하고 가공하는 기술을 조속히 끌어올리고자 한다.

2007년 총선은 민주화를 진전시킬 것이다
연말 두마(하원) 의원선거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완전 비례대표제로 실시된다. 이는 정당정치의 민주화를 위한 중대한 조치다. 과거 소선거구제에 따른 선거는 문제가 많았다. 새로운 선거제도는 민주정치 구축을 위한 정당의 영향력을 강화할 것이다.

동시에 정당 사이의 건전한 경쟁을 촉진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선거제도는 러시아 정치의 수준을 향상시킬 것으로 확신한다(비례대표제의 전면실시에 따라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차기 총선에서 안정적인 과반수를 확보할 것이 확실시된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을 추모하며.
그는 국민과의 열린 대화를 극히 소중히 했던 민주적 지도자였다. 그는 이 같은 대화를 통해 국가의 어려움을 국민에게 알리고, 나아가 정책에 대한 건전한 여론을 수렴했다. 그 같은 과정 자체를 사회통합과 정치적 민주화의 근간으로 소중히 했던 사람이다. 그는 오늘의 러시아를 있게 한 초석을 놓은 지도자다.

정리=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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