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 ‘대략 난감’ 부자관계에 보내는 연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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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 14면

2007년 한국 영화에 ‘아버지의 시대’가 온 듯하다. 줄잡아 10여 편의 영화가 ‘아버지의 자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묻고 있거나(가령, ‘우아한 세계’), 뜨거운 ‘부성애’를 확인하는 데(가령, ‘날아라 허동구’) 몰두하고 있다.

★★★☆ 감독 장진 주연 차승원·류덕환 러닝타임 103분

장진 감독의 일곱 번째 영화 ‘아들’은 그 영화들 중의 하나지만, 그 질문과 확인을 위해 특별히 애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아들’은 단지 특별한 ‘관계’를 맺게 된 두 사람과, 그들 사이의 미묘한 ‘감정’에 대한 영화일 뿐이다.

무기수 이강식(차승원)과 ‘아들’ 이준석(류덕환)은 15년 만에 만나 단 하루를 같이 보낸다. 그들 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대략 ‘난감(難堪)’이다. 어색, 민망, 뻘쭘. 그런 감정들에 대한 집요한 호기심 또는 탐구는 언제나 장진 영화의 숨은 주제다. 그의 영화는 그러한 감정을 만들어내고 다루는 대목에서 언제나 빛을 낸다. 인물들을 ‘난감’한 상황으로 이끌고 가서 그 ‘난감’함을 견딜 만한 파스텔톤 감정으로 바꾸어 놓는 것이 장진식 연출의 핵심일 것이다. 그의 영화에서 감정은 흘러 넘칠 듯 분출하는 것이 아니라 잔잔하게 흘러야 할 그 무엇이다. 한마디로 그것은 언제나 ‘연민(pathos)’이다. ‘아들’에서 장진은 두 인물을 자신의 영화 중에서도 가장 난감한 상황에 몰아넣고, 그 난감함을 다루기 위해 자신의 모든 영화적 수사법을 동원한다. 쉽게 입이 열리지 않는 두 인물들을 위해 대신 말해주는 ‘내레이션’, 감정 소통의 대리인이 되어주는 ‘안테나’, 그리고 무거운 순간을 가볍게 만들어주는 ‘말장난’(‘기러기’ 아빠, ‘하루’ 살이, ‘살인’ 미소), 그리고 ‘그림 장난’(하늘을 나는 기러기들, 목욕탕을 헤엄치는 물고기들).

언제나 그렇듯 장진의 영화는 난감하고 힘든 상황들(또는 그 상황에 놓이게 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위로다. 그런데 영화의 톤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마지막 ‘반전(反轉)’, 그것은 다소 문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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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 늦바람에 영화평론 공모에 응모했다가 ‘영화평론가’가 됐다는 변성찬씨.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공부하고 글도 쓰고 있습니다.

★표는 필자가 매긴 영화에 대한 평점으로 ★ 5개가 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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